현 정부에서 실적 증가율 1·2위를 기록한 삼성전기와 삼성물산이 주가 흐름은 정반대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은 지배구조 관련 리스크가 부각된 반면 이 부회장 지분이 없는 삼성전기 주가는 오롯이 실적에 연동돼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2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평균치가 존재하는 삼성·LG 등 10대 그룹 내 상장사 68곳에 대한 영업이익과 시가총액을 분석한 결과 2016년 말 대비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은 곳은 삼성전기와 삼성물산으로 나타났다.
삼성전기 영업이익은 2016년 244억원에 불과했지만 작년 사상 첫 1조클럽(1조181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8959억원이 예상된다. 2017년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익 증가율이 3571.7%에 달한다.
이 같은 실적 증가는 주력 제품이자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판매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스마트폰 사업에서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이 예상돼 삼성전자 주요 부품업체인 삼성전기 실적 호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2016년 말 3조7944억원이었던 이 종목 시총은 이달 25일 기준 7조660억원으로 2년6개월 동안 86.2% 증가했다.
삼성물산은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 차인 올해 영업이익 9874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1395억원)과 비교하면 이익이 607.7%나 늘어나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건설·상사·패션·리조트 등 4대 사업으로 구성돼 있지만 건설이 전체 영업이익의 80%(작년 기준)를 책임지고 있다.
건설부문은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한 이후 국내외 프로젝트 손실을 미리 반영하고 리스크가 높은 국내 주택사업 수주전에서 철수하는 등 안정적 성장 정책을 펴고 있다.
이 같은 실적 개선에도 주가는 크게 하락하고 있다. 2년6개월 새 삼성물산 시총은 23.4%나 줄었다.
분석 대상 68곳 기준 영업이익 증가율 '톱10' 가운데 시총이 감소한 곳은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는 통상 실적으로 풀이하지만 삼성물산은 지배구조 리스크가 작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 최대주주(17.08%)로, 삼성물
정부는 검찰을 앞세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비율을 문제 삼고 있고 그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도 추궁하고 있다. 이것이 모든 혐의의 종착역인 삼성물산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