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제로페이간편결제추진단을 통해 제로페이 참여 은행과 핀테크 업체 일부에 SPC 운영에 필요한 재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최근 전달했다.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받은 공문에는 최소 출연금으로 10억원이 명시됐고, 출연금은 법인 설립 후 기부금으로 처리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중기부 관계자는 "제로페이 참여 결제사업자 중 실제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업체들에 출연을 요청했다"며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핵심 원칙하에 이른 시일 안에 SPC를 출범시키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시중은행에선 출연 액수와 근거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민간 은행이 얻을 수익 등 반대급부는 미미한데 거액의 돈만 쏟아부을까봐 걱정한다. 대부분 은행은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라고 토로한다. 현 정부 들어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추진되는 서비스에 '성의 표시'라도 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어떤 불이익을 볼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깔려 있다. A은행 고위 관계자는 "향후 정권이 바뀌어서 금융당국의 현장검사 때 '왜 출연금을 냈느냐'는 질문에 답변할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은행이 얻게 될 실익이 명확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지속적인 압박감에 시달리는 곳도 있다. B시중은행은 소관 부서가 사실상 '출연 거절'로 뜻을 모았는데, 정부·지자체를 담당하는 다른 부서를 통해 재차 요청이 들어왔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앞서 제로페이 결제플랫폼 구축에도 수십억 원 비용을 떠안았던 금융권에선 "SPC 설립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돈을 대야 하느냐"는 불만이 많다.
제로페이에는 개발 단계부터 시중은행 자금이 투입됐다. 은행분담금으로 운영되는 금융결제원이 제로페이 플랫폼 구축을 주도하면서 초기 설치 비용 39억원, 운영비용 연간 35억원을 추산한 바 있다. 반면 제로페이는 은행 계좌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건당 50~500원 수준의 수수료를 거의 제로로 낮춰서 수입을 올리기가 마땅치 않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중기부와 추진단 측은 SPC 출연은 자율적이라고 강조한다. 추진단 관계자는 "참여사는 전적으로 내부 판단에 의해 출연금을 낼지 말지를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설령 참여 업체가 SPC에 출연하지 않더라도 사업 참여는 그대로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논란 속에서도 국책은행 등 일부 은행은
이와 관련해 중기부는 다음주 중 시중은행 간담회를 열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업계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