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를 살리겠다며 해당 지역 내에서만 유통되는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역화폐 사업이 지자체의 치적에만 이용되고 자칫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엄해림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먼저 지역 화폐를 도입한 강원도, 춘천에선 강원상품권과 춘천사랑 상품권 2종의 지역 화폐가 있습니다.
▶ 스탠딩 : 엄해림 / 기자 (강원 춘천시)
- "사람들이 춘천에서 가장 많이 찾는다는 닭갈비 골목입니다. 각종 상품권을 취급한다고는 돼 있지만 실상은 어떤지 알아보겠습니다."
▶ 인터뷰 : 춘천 상인
- "상품권 쓰는 사람이 없어. 요즘 확 줄었어. 하루에 1~2만 원밖에 안 돼요."
대형마트나 편의점은 이용할 수 없는 등 가맹점도 적고 농협 지점을 찾아 사야 해 불편하다는 반응입니다.
▶ 인터뷰 : 박건순 / 강원 춘천시
- "그것을 가서 바꿔야 하잖아요. 상품권을. 그러니까 힘들잖아요."
「 강원도는 발행액의 4분의 1이 남아돌자 올해 더는 발행하지 않기로 하면서 존폐 위기에 몰렸습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지역 화폐 사업을 시작한 경기도 시흥시, 10% 할인해주는 명절엔 반짝 이용률이 늘지만, 그때뿐입니다.
오히려 할인 금액으로 대량 구입한 뒤 현금화하거나 온누리상품권과 달리 상인도 살 수 있어 이른바 '현금깡'에 악용된다는 지적입니다.
▶ 인터뷰 : 상인
- "나는 처음 안 거야, 50만 원에 4만 원 (할인이면) 이것도 큰돈이야."
「 이런 지역화폐 할인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됩니다.
발행과 홍보 등 유지비용도 발행액의 10% 안팎, 역시 세금이 들어갑니다. 」
지역화폐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 인터뷰 : 이병태 /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
- "행정비용이나 정부보조금이 실효적으로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도 없이 지금 이런 일들을 벌이고 있고요."
또, 지역화폐 발행규모가 커지면 정부 통화정책을 교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MBN뉴스 엄해림입니다. [umji@mbn.co.kr]
영상취재 : 이우진, 김영진, 이동학 기자
영상편집 : 양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