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으로부터 버림받거나 집을 나간 반려견들이 야생 맹수로 돌변해 가축 등을 습격하는 일이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의 한 음식점에서 관상용 공작새와 금계 20여 마리가 날카로운 동물 이빨에 물어뜯겨 죽었습니다.
이 지역을 떠돌며 고양이와 동물을 무차별 공격하는 들개 4마리의 소행이었습니다.
집을 나가 야생을 떠도는 이들 들개는 지난 2월부터 출몰했습니다.
낮에는 인근 야산에 숨어있다가 새벽 시간대 아파트 단지 등을 배회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의정부시에는 4∼5월에만 총 4건의 들개 피해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들개떼가 오후 10시쯤부터 가끔 모습을 드러낸 뒤 단지를 뛰어다니며 주민을 위협한다"며 "어린 자녀를 둔 입주민들이 많이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 1월 3일 충북 옥천군 청성면 농장에는 누런색 대형견이 침입해 닭과 토끼 40여 마리를 물어 죽였습니다.
농장주는 "농장 쪽에 요란한 소리가 나 달려갔더니 커다란 개 1마리가 울타리를 뚫고 들어가 닭과 토끼를 공격하고 있었다"며 "목줄이 있는 것으로 미뤄 주인한테서 버림받았거나 견사를 탈출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6월 경기 김포의 한 축산 농가에서는 들개 6마리가 젖소 한 마리를 물어 죽이기도 했습니다.
오늘(22일)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동물포획 출동 건수는 총 3천81건입니다. 이 중 개 포획이 2천194건으로 전체의 71.2%를 차지했습니다.
뱀(312건), 고양이(170건), 멧돼지(100건)가 뒤를 이었습니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가축을 물어 죽인 개는 언제든지 사람까지 물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포획하고 있다"며 "동물포획 신고의 대부분은 들개 관련 출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남 지역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들개 출몰로 피해를 보거나 위협을 느낀 주민이 전남소방본부에 신고한 건수는 2천688건입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시골에서 견사도 없이 목줄도 채우지 않고 대형견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며 "반려견이 탈출해 야생에서 번식하게 되면 공격성이 있는 들개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사람의 무책임과
이웅종 연암대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공격성이 있는 들개도 포획한 뒤 잘 교화하면 공격성이 적은 개로 만들 수 있다"며 "포획에서 교화, 입양까지 이어지는 체계적 관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