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근절을 위해서' 만들어졌죠. 그런데 그 취지와 달리 장·차관급과 대통령 친인척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겁니다. 국회의원도 슬그머니 대상에서 빠졌고요. 이대로 통과된다면 공수처가 아니라 '판검사 수사처'라고 해도 될 정돕니다. 보완책을 뒀다고는 하지만, 두 번의 단계를 거쳐 '어렵게' 기소를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본인들의 면책을 위해 족집게로 쏙 빼듯이 법에 장치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 때도 그랬죠. 당시 국회는 '공익적인 부분이 있다면 청탁을 받아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만들어 사실상 본인들을 처벌 대상에서 빼버렸습니다. 여기다가 국회의원의 사익추구와 연관이 있는 '이해충돌 방지' 부분도 삭제해버렸죠. 김영란법의 공식 명칭이 '청탁 금지법'인데 청탁이 문제가 될 소지가 많고 그래서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 국회의원이 되레 대상에서 빠져 버린 겁니다.
공수처 설치는 검찰이 고위 공직자들을 엄정하게 수사하지 못한다는 불신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성역 없이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했던 건데 정작 최고 권력을 가진 직군들이 기소 대상에서 빠졌고, 되레 자신들에게 칼을 들이댈 수 있는 판검사를 감시하는 기구를 만든 격이니, 검찰이 과연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그들의 권력 비리를 잡아낼 수 있을까요.
애초에 국회의원도 빠지고, 대통령 친인척도 다 빠지는 법안이었다면 국민의 70%가 찬성했을까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단 원칙은 왜 그쪽 분들만 비껴가는 건지 답답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