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총수 일가의 '100억원대 조세포탈' 사건을 맡은 담당 재판부가 "범죄 사실이 전혀 특정돼 있지 않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비판했다. 피고인의 어떤 행위가 범죄인지를 분명히 해달라는 취지여서 수사와 기소가 부실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재판장이 법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전반을 이렇게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총수일가 14명과 LG 재무관리팀 직원 2명에 대한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혐의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또 "피고인인 LG 직원 김 모 씨의 어떤 부분이 사기 기타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휴대전화로 주식 매수·매도를 주문했다는 게 해당된다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게 있는지 공소사실이 특정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음 기일까지 이 부분을 보완해 달라"고 주문했다. 피고인의 범죄 사실이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아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매수·매도가 동시에 일어났다는 부분이 빠진 것 같다.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김씨 등이 LG그룹 총수 일가의 지분을 관리하면서 증권사 직원을 통해 통정매매를 하도록 했는데, 이 행위가 '사기 기타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들을 기소했다. 통정매매란 사전에 매수·매도자끼리 가격과 수량, 거래 시각 등을 미리 정해놓은 뒤 주식을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또 재판부는 검찰에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기소도 요구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증권사 직원들은 주식 매도·매수 주문을 동시에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돼 있는데, 가장 핵심적인 범죄 행위를 한 이들이 기소 대상에 빠져있다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고는 "범죄 행위와 연관된 관련자들이 기소되지 않은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장만 봐서는 조세포탈 가능성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다"며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한 바 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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