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대란 이제 시작이다 上 ◆
올해 상장사 회계감사가 깐깐해졌다는 평가가 많지만 우리나라의 회계감사 투명성 수준은 만년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한국의 회계 투명성 순위는 63개국 중 62위를 기록했다. 2017년 63개국 중 최하위에 비해 한 계단 올라섰지만 2012년 41위에서 2013년 58위로 떨어진 이후 수년째 밑바닥을 맴돌고 있다.
이 같은 순위에 대해 전문가들은 감사인들의 독립성 부족과 기업들의 낮은 관심에 따른 결과라고 지적한다. 부실한 감사와 적절하지 못한 회계 처리에 따라 재무제표가 기업의 경영 실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들이 회계법인을 선정하는 기존의 감사인 자유선임제 아래에서는 '고객'인 기업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회계법인이 소신대로 기업 입맛에 반하는 감사를 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광윤 감사인연합회 회장은 "종전에는 감사인이 기업의 감사 계약을 확보하기 위해 딸려 가는 을의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일방적 관계로 인해 감사인과 피감사인 간 긴장이 결여돼 낮은 회계 투명성 순위로 연결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는 10월부터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가 시행되면 기업과 감사인 간 관계가 재정립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는 기업이 6년간 자유수임을 하고 이후 3년은 금융당국이 지정해주는 감사인을 수임하도록 하는 제도다. 김 회장은 "주기적 지정제하에서도 여전히 3번 중 2번은 기업이 마음대로 회계법인을 선택할 수 있다"며 "100% 지정제로 가야 기업과 회계법인 간 긴장도가 높아져 투명성이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와 감사에 대한 기업들의 무관심 역시 낮은 회계 투명성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있다.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원칙중심회계 기준하에서 기업이 회계부서 역량을 강화해야 하지만 수동적인 자세를 보이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