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아파트 난방비에 대한 실태조사에서 지난 겨울 전국 19만 4천 222가구가 다양한 사유로 난방비가 '0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중에서도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를 면제받은 가구는 2만 7천 865가구로 300가구 이상인 단지만 전국 9곳에 달했습니다.
특히 난방비를 아끼려 전기장판 등으로 대체한 덕분에 실제로 난방비가 제로인 집도 11만 6천가구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번 조사는 국토부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아파트 관리비 중 난방비가 0원인 가구 내역을 취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전국 222만여 가구에 대한 방대한 취합자료인 만큼 개별 아파트의 정확한 난방비 부과 내역은 단지 관리사무소 등을 통해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 0원' 300가구 이상 단지 수두룩
이번 실태조사에서 지난 겨울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를 면제받은 가구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 양천구 신월시영아파트로 2천 256가구 중 1천 384가구(61.3%)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는 작년 12월과 올해 1월 난방비를 내지 않은 가구를 단순 합산한 것으로, 두달 모두 난방비를 내지 않은 가구가 중복 계산됐을 수 있습니다.
난방비가 0원이지만 아직 원인이 파악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기타'로 분류된 가구도 457가구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계량기 고장으로 공짜 난방을 즐긴 가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앞서 언론 보도에서 이 아파트 900여가구가 작년 12월 난방비를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 바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수원시 권선구 N아파트로 1천 50가구 중 674가구(64.1%)가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를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계량기 배터리의 문제인 것으로 드러나 배터리를 전량 교체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이어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D단지(1천 193가구)에서도 533가구(44.6%)가 계량기 고장 때문에 난방비를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송파구 K아파트도 2천 64가구 중 498가구(24.1%), 인천시 서구 H아파트도 2천 134가구 중 414가구(19.4%)가 지난 겨울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를 안 낸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외에 고양시 덕양구 D아파트(402가구)와 경남 김해시 J단지(350가구), 고양시 덕양구 R아파트(336가구), 성남시 분당 S아파트(309가구) 등 총 9개 단지가 300가구 이상 난방비를 안 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한편 서울 노원구의 모 주공단지에서는 2천 830가구가 있는데, 2천682가구의 난방비가 0원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아파트에 대해선 아직 정확한 이유가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지자체 관계자는 국토부에 "집 내부 확인이 잘 안 되거나 납부를 잘 하지 않는 경우로 결국 이사 정산을 할 때 전액 부과를 하고 있다"라고 보고했습니다.
◇ 전기장판으로 겨울 보낸 가구도 11만 6천 275가구
이번 실태조사에서 지난 겨울 난방비가 0원인 가구 중 11만 6천 275가구는 실제 거주하면서도 전기장판 등으로 대체해 아파트의 중앙·지역난방을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끕니다.
추운 겨울 난방비를 따로 내느니 전기장판이나 온열기 등으로 겨울을 난 셈입니다.
이들은 실태조사에서 난방비가 0원인 전체 19만 4천 222가구의 59.8%를 차지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가 5만 9천 63가구로 가장 많았습니다. 서울은 2만 2천 329가구, 인천 8천 759가구, 대구 7천 627가구, 경남 4천 755가구, 충북 4천 446가구 등 순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노원구 상계동 모 단지(2천 392가구) 617가구가,
경기도에선 안양시 동안구의 모 아파트(1천 710가구)에서 1천 48가구가, 광명시 하안동 모 단지(2천 66가구) 900가구가 난방을 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서민층의 주거복지에 대해 좀 더 세심한 관심을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전망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