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원을 사기당한 피해자가 상대방을 고소하자, 사기를 친 사람은 오히려 이사를 갔으니 수사기관을 바꿔달라고 시간을 끌며 역으로 피해자를 폭행·협박 혐의로 맞고소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6개월 가까이 수사가 지연되는 사이 분통이 터진 피해자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요?
배준우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 2017년, 40대 김 모 씨는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송 모 씨가 이자를 받아주겠다고 제안하자 모두 10억여 원을 맡겼습니다.
하지만 송 씨는 맡긴 원금의 일부를 이자인 척 건네며 사기를 쳤고, 5억 원의 손해를 입은 뒤에야 이를 알아챈 김 씨는 송 씨를 고소했습니다.
그런데 송 씨는 당시 원주에서 용인으로 주소지만 옮긴 뒤 수사기관 이송을 신청했고, 경찰은 사건을 용인으로 이관시켰습니다.
▶ 인터뷰 : 김 씨(피해자) 남편
- "(송 씨) 아이들이 아직도 이(원주)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어떻게 이송으로 인정을 해줄 수 있느냐…. 그 이후에도 (송 씨는) 이사는 가지 않았어요."
▶ 스탠딩 : 배준우 / 기자
- "수사기관이 주소지를 옮겼다는 송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사건을 경기도 용인으로 이관시키면서 수사가 6개월 가까이 지연됐습니다."
그 사이 송 씨는 오히려 피해자 김 씨를 폭행·협박 혐의로 맞고소했고, 역으로 피의자 조사까지 받게 된 김 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후 강원 원주경찰서는 송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지만 이미 뒤늦은 일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수사 지연을 노려 주소지를 옮기고 사건 이송 신청을 할 경우 마땅히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이재훈 / 변호사
- "전입신고가 된 상태에서 이송 신청을 하게 되면 수사기관이 다 조사해서 일일이 (실제 이사 여부를) 확인할 의무를 지우기 힘듭니다."
지난 3년간 사건 이송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만 21만여 건에 달합니다.
법을 악용하는 수사지연을 막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MBN뉴스 배준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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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김영환 VJ
영상편집 : 이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