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별로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13조원 이상 벌어질 정도로 제각각이다. 지난달 D램 가격이 전달보다 10% 이상 하락하면서 반도체 수익성이 뚝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쪽과 향후 반도체 가격 하락을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투자 속도를 조절해 실적을 방어할 것으로 예상하는 쪽으로 나눠져 있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현재 주가가 실적 대비 저평가돼 있어 향후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2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증권사 3곳 이상이 삼성전자 내년 영업이익으로 평균 60조5492억원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64조338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 이익이 올해보다 5.9% 감소한다는 뜻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66조1352억원에 비하면 10개월 새 5조6000억원가량 낮아졌다.
이달 들어 19일까지 삼성전자 내년 실적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는 21곳이다. NH투자증권이 내년 이 종목 영업이익을 66조1140억원으로 예상해 가장 높은 수치를 써냈고, 한국투자증권은 52조5850억원으로 가장 낮게 예상하고 있다. 두 증권사 간 추정치 격차는 무려 13조5290억원에 달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증권사별로 이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은 내년 삼성전자 실적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뜻과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반대 의견은 반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6년 2분기 이후 삼성전자는 반도체가 먹여 살리는 구조로 바뀌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의 78%를 반도체 사업이 벌어들였다. 2016년 이후 D램 등 메모리 반도체의 초호황에 따른 실적 증가 덕분이다. 고공행진하던 D램 가격은 지난달에 전달 대비 10% 이상 하락하며 이상 징후를 보였다. 그동안 반도체 시장은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이 늘고 이후 초과공급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사이클을 반복해왔다.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올 4분기를 시작으로 반도체 시장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고 글로벌 D램 점유율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4분기부터 D램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하고 내년 1분기까지도 하락폭은 클 것"이라며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하기엔 실적 모멘텀이나 호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D램 가격과 함께 낸드플래시(낸드) 가격 하락도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 요소다. 올 3분기 기준 낸드로 번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 중 15.9%를 차지하고 있다. 메모리카드와 USB 등에 사용되는 낸드 가격은 지난달에 전달 대비 6.5% 하락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내년 D램 판매가격이 올해보다 23% 하락하는 동안 낸드는 42% 떨어져 낙폭은 낸드가 훨씬 클 것"이라고 전했다.
NH투자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은 내년에 삼성전자 실적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시장은 5세대 이동통신(5G)과 같은 새로운 수요가 나타나면 다시 상승 사이클을 탄다는 것이다. 5G는 실시간으로 대용량 정보를 처리하는 자율주행차·스마트홈네트워크 등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확산시키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스트럭처 기술이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대용량 서버 확충은 또 다른 수요 증가 요인이다.
여기에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내년 반도체 투자를 보수적으로 짜고 있어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원가를 절감해 가격 하락을 방어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등 반도체업계가 내년 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수정하고 있다"며 "내년 2분기부터 반도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