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는 벗겨졌다. 작품 자체가 작정하고 진부함을 향해 달리는 데다, 마동석에만 기대기엔 그 역시 (물들어 올 때 노 젓는다지만) 저어도 너무 저었다. 야수의 외모, 하지만 진한 인간미로 승부하는 ‘마블리’의 매력도 이 영화에서만큼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비현실로 느껴질 정도로 답답하고도 이상한 동네, 그 안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을 홀로 해결해 가는 ‘외지 히어로’ 마동석의 식상한 고군분투, 바로 ‘동네 사람들’이다.
여고생이 사라졌지만 그저 평온한 시골의 한적한 마을. 복싱 챔피언 출신의 정의롭고 마음이 따뜻한 기철(마동석)은 욱하는 성격 때문에 매번 현실에선 주류가 되지 못한다. 우여곡절 끝에 심상치 않은 이 동네에 기간제 교사로 새로 부임하게 된 그는 실종된 여고생의 유일한 친구인 유진(김새론)과 함께 사라진 소녀를 찾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 의해 그 소녀의 흔적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두가 침묵하는 사건의 행방을 홀로 쫓는 평범하지만 비범한 체육교사, 기철의 이야기다.
마동석은 이번에도 두꺼운 팔뚝, 단단한 근육질 몸매와 강력한 펀치를 백분 활용해 악당들을 하나 둘씩 때려잡는다. 험상궂은 외모 뒤에 숨은 따뜻하고 정의로운 심성으로 반전의 따뜻함을 보여주는 것 역시 마찬가지. 형사(범죄도시), 팔씨름 선수(챔피언), 유도 관장(원더풀 고스트), 집을 시키는 성주신(신과 함께)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같은 매력으로 승부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천재 아역’ 출신 김새론의 존재는 더 심하게 묻힌다. 실종된 친구의 절친으로 분한 그는 기철에게 해당 미션을 던지고, 그것에 빠져들게 하는 역할 이 외엔 별다른 구실을 하지 못한다. 기대했던 진선규의 존재는 어떻고. 캐릭터 자체가 전혀 이음새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해 카리스마 넘치는 등장 외에 갈수록 힘이 빠진다. 히든카드 이상엽 역시 어떤 반전을 보여줄지 등장부터 추측 가능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시너지를 주는 조합이 아닌 오히려 주의를 분산시키며 제각기 따로 논다. 그러니 영화의 재미 요소를 떨어
결국 목표했던 ‘스릴러’ 적 긴장감이나 따뜻한 ‘휴머니즘’, 시원한 카타르시스는 모두 반감된다. 쉽지만 통쾌했던 마블리표 히어로물이,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은 마블리의 매력 마저 상쇄시킨, 강력한 수면제를 넣은 듯한 스릴러다. 11월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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