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 '뼈대'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판매 부진 때문에 차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구조여서 최근 수익성 악화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차값 인상이 수월한 신차 출시가 이어지고, 환율 악재가 일부 걷히면 실적이 살아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 공시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차체에 쓰이는 알루미늄 가격은 2016년 t당 1605달러에서 올 상반기 평균 가격 기준으로 2207달러까지 급상승했다. 2년 새 37.5%나 올랐다. 또 다른 원재료인 구리와 플라스틱 가격도 같은 기간 각각 42.2%, 20.5% 뛰었다.
이 같은 원가 부담에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2011년 10.3%를 기록했던 이 업체 영업이익률은 2016년에 반 토막(5.5%) 났고 올해 3.9%(증권사 3곳 이상 추정치 평균)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원가 부담과 차 판매 부진이 집중된 최근 2년 새 1.6%포인트 하락하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형차 대비 마진이 2배 이상 높은 고급차에 쓰이는 원재료값이 뛰면서 현대차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통상 원가나 인건비 부담이 늘면 이를 차 판매가격에 반영해야 하는데 현대차는 미국이나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떨어질까봐 차값도 올리지 못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대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국외 차값은 북미·유럽·아시아 지역 차종별 판매가격에 환율을 적용한 단순 평균가격이다. 현대차는 이 같은 국외 판매 가격 하락은 주로 환율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율과 고정비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현대차 중장기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미국은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수출 물량 절반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현대차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미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사드 악재로 인한 판매 부진도 진행형이
현대차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등 지배구조 개편 과제도 안고 있다. 지난 5월 현대모비스의 일부 사업을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식의 개편안을 내놨으나 엘리엇 등 외국계 자본의 반대에 부딪혀 일단 잠정 보류된 상태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