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에 있는 A재개발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은 최근 조합에서 황당한 공문을 받았다. 시공사를 상대로 하자보수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니 가구 내 하자를 파악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입주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시공사가 약속한 애프터서비스(AS) 기간도 1년이나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소송이 진행되자 시공사들은 AS를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입주자 대표회의 앞으로 보내왔다. 입주자 대표들은 "소송은 조합이 하는데, 피해는 왜 입주민이 당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 입주한 서울 신축 아파트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A아파트는 소송을 제기한 시점이 문제다. 조합원 대부분이 해당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상당수는 실제 입주해 살고 있기 때문에 시공사의 AS가 종료된 후 하자 관련 협상을 시작하는 게 조합원 입장에서도 상식적이다.
소송 범위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시행사가 시공사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범위는 준공 전까지다. 가구 내 하자에 대해 입주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이다. 입주자가 가구 내 하자 검사를 거부해도 조합은 방법이 없다.
전문가들은 조합 집행부와 법조계의 밀월 관계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 신축 아파트 대부분이 재건축·재개발이기 때문에 정비사업 조합이 존재한다. 조합에는 조합장과 사무장 등 상근직원이 일부 있는데 이들은 조합이 청산되기 전까지 급여와 활동비를 지급받는다. 원칙적으로 조합은 아파트 분양이 끝나고 입주가 완료되면 존속할 이유가 없다. 빨리 청산해서 이익금을 조합원에게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조합이 청산되면 조합장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소송이 제기된 이상 소송이 끝날 때까지 조합은 청산될 수 없다.
최근 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가 급격히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전문화로 활로를 모색하는 법조인이 늘고 있다. 정비사업 관련 소송도 그중 한 영역이다. 이들은 조합을 찾아다니며 소송을 부추기고 인지대, 하자적출비 등 소송 관련 초기 비용을 대납한다. 대신 승소 시 승소 금액의 10% 이상을 성공 보수로 챙긴다.
A아파트 역시 법무법인이 인지대 약 2000만원을 대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사업 전문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하자에 대한 보수·손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