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주요 2개국(G2) 무역분쟁,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주식 비중을 축소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주가 연계 파생상품과 프로그램 매매 등이 매도 규모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투자가는 5월 1일부터 30일까지 9471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2조1133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외국인 투자자는 1조761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의 행보가 서로 엇갈린 가운데 기관이 1조원에 가까운 물량을 내놓자 지수 역시 뒷걸음질쳤다. 코스피는 4월 말 2515.38에서 5월 말 2423.01로 92.37포인트(3.67%) 떨어졌다.
1분기 상장사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 가까이 늘고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올해 기관투자가의 매도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1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당시에도 기관은 오히려 6315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 우려가 커졌던 2월에는 9334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3월 들어서는 1599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뒤이어 4월과 5월에는 각각 7122억원, 9471억원 규모의 순매도로 돌아섰다.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움직였던 5월에는 시가총액 상위주를 중심으로 기관투자가의 매도세가 이어졌다.
코스콤에 따르면 5월 1일부터 30일까지 기관투자가가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매도 규모가 9880억원에 달했다. 액면 분할에 따른 유동성 증가와 반도체 업황 호조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대거 팔아치웠다. LG전자와 삼성물산 또한 각각 1561억원, 1548억원 순매도했고 SK이노베이션(1372억원), 현대건설(1186억원) 등도 동반 순매도했다. 최근 분할·합병 계획을 접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도 1256억원, 1082억원씩 팔아치웠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기관투자가는 지수와 파생상품에 연계된 시스템 매매를 많이 하기 때문에 지수가 하락하면 파생상품을 더 빠르게 매도하고 이와 연계된 상장지수펀드(ETF)와 담보물을 함께 팔아치우면서 연쇄 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최근 금리가 급등하면서 자산배분형 펀드에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기관투자가가 주식을 연일 매도하는 데는 6월 1일 예정된 중국A주의 MSCI 지수 편입과 이탈리아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증시 전망이 아직 나쁘지 않지만 당장은 투자심리를 뚜렷하게 개선시킬 만한 요인이 없어 기관 수급을 예상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5월 기관투자가가 1조원에 가까운 순매도를 기록한 가운데서도 일부 종목은 오히려 수천억 원씩 사들여 주목을 끌었다.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SK하이닉스의 경우 기관투자가가 한 달 새 397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여기에 외국인까지 동반 순매수에 나서면서 지난 25일에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밖에도 삼성SDI(2641억원) 셀트리온(2598억원) 현대제철(2086억원) 등도 함께 사들였다.
과연 기관투자가가 언제 주식시장에 돌아올 것이냐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분분했지만 대체적으로 올 하반기에는 순매수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조 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수급과 대외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