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홍 대표 |
2012년 6월 투자자문사로 시작해 운용 자산 7000억원을 굴리는 사모펀드로 발돋움한 그로쓰힐자산운용 김태홍 대표의 말이다. 이 말속엔 수익률 1등에 집착하다가 무리하게 위험을 지고 하락장에 큰 손실을 보는 사태만은 피하겠다는 의지가 실려 있다. 김 대표는 "수익률을 높이려면 그만큼 변동성이 큰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더 많이 집어넣어야 한다"며 "운이 좋아서 한 해 반짝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 꾸준히 시장 평균을 웃도는 성적을 내는 운용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그로쓰힐자산운용은 여의도에서 멀티에셋 운용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실력자로 꼽힌다. 다양한 투자 수요 입맛을 맞추는 전략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 회사 대표 펀드인 '그로쓰힐 다윈 멀티스트래티지펀드 1호' 1년 수익률은 지난 12일 기준 13.17%를 기록하고 있다. 이 상품은 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고평가된 주식을 파는 '롱숏' 전략을 기반으로 메자닌, 기업공개(IPO) 투자를 병행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펀드다. 단기 등락을 거듭하는 코스피와 무관하게 연 8% 안팎 절대수익을 내는 게 목표다. 최근 3개월 수익률 역시 5.79%를 기록해 코스피 조정장에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로쓰힐 다윈 하이브리드펀드 1호'는 IPO 시장 투자를 축으로 저평가된 상장지수펀드(ETF)나 주식을 일시 매입해 차액을 얻는 전략이 주 무기다. 이 펀드 역시 1년 수익률 14.77%, 3개월 수익률 5.71%를 기록하고 있다. 김 대표는 "주식을 사들인 뒤 기다리는 전략에만 의지하면 시장이 흔들릴 때 플러스 수익률을 내기 힘들다"며 "시장이 변덕을 부릴 때도 투자자 돈을 불려주는 게 사모펀드가 해야 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로쓰힐자산운용의 주식 운용 역량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식을 사놓고 기다리는 '바이앤드홀드' 펀드인 '그로쓰힐 패밀리오피스펀드 1호' 1년 수익률이 21.66%를 기록 중인 게 대표 사례다.
그로쓰힐자산운용 운용 역량은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지 오래다. 운용 자산 7000억원 가운데 보험사·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가 '투자 일임' 형태로 맡긴 금액이 5000억원을 넘는다. 깐깐하게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는 기관투자가 눈높이를 오랜 기간 맞췄다는 얘기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자산가를 상대로 한 펀드를 여럿 출시할 계획이다. 이달 출시 예정인 '뉴패러다임'(가칭) 펀드는 글로벌 4차 산업혁명 관련 주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메가 트렌드인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이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국내외 우량주를 두루 바구니에 담을 예정이다. 김 대표는 "삼성SDS, 카카오 등 극소수 업체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블록체인으로 돈을 버는 기업을 찾기 힘들다"며 "블록체인 관련 종목을 찾는 시장 수요가 무궁무진해 블록체인 관련 글로벌 업체들을 대거 편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브레인자산운용 등을 거친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갈고닦은 자산 운용 실력으로 좀 더 많은 투자자를 상대로 재테크 플랜을 제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2012년 회사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자 이때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창업 결심을 굳혔다"며 "언젠가 내 회사를 꼭 해 봐야겠다는 열정을 누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역시 글로벌 증시 전역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기업 배당성향이 올라가며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효과에 힘입어 코스피가 2800 안팎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다수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기업 배당성향이 올라가는 것을 매우 큰 호재로 받아들인다"며 "아직 저평가 매력이 있는 코스피를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가 호전되면서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조선·기계·해운 등 업종에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게 김 대표 전망이다. 아울러 SM, JYP, 스튜디오드래곤을 비롯한 미디어·엔터 종목 주가가 오를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악재가 해소되며 주가가 하락할 여지는 작고, 한류 콘텐츠 가치사슬이 확대돼 시장이 넓어질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 안팎까지 오르는 시점에서는 주식 투자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올해 금리를 3~4차례 추가 인상한다고 가정할 때 내년 초쯤에는 증시가 큰 조정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