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원자력 발전소가 원했던 결과가 나와 마음의 부채가 없어졌습니다. 좀 더 자유로워진 상태에서 떠납니다."
임기를 1년 10개월 남기고 19일 퇴임한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국내 유일 원전 운영기업 수장으로서 그동안 새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해 마음고생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이 사장은 이날 경주 한수원 본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2003년 전남 부안에 중저준위방사선 처분장 건설을 추진했을 때 원자력과 처음 인연을 맺었는데 당시 큰 혼란이 있었다"며 "그 아쉬움이 십수 년간 마음 속에 있었는데 그 경험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원했던 결과가 나왔고, 그로 인해 그동안 마음의 부채가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 사장은 직원들에게 "원자력 발전 안전에 대한 과학적 믿음에서 벗어나 근거 없이 부풀려지고 과장된 어떤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사장은 그동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반(反)원전 측이 정확한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 없이 원전 안전성을 공격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한 바 있다. 결국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결정 지은 마지막 2박 3일 간 국민참여단 합숙토론에서 건설 재개 측을 대표해 나온 한수원 관계자들이 이 부분을 잘 설득해 재개 59.5%, 중단 40.5%의 압도적인 차이로 원전을 지켜냈다.
이 사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원전 수출은 계속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따내고 이제 1호기 준공을 올해 말 앞두고 있다"며 "아무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없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이 극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UAE 원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영국 체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
특히 한국전력이 최근 수주한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과 관련해 이 사장은 "UAE 원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대단히 어려운 사업이 될 것"이라며 "'할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루겠다'는 간절함으로 앞으로 해외 사업과 안전한 원전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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