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텔콘은 엠마우스생명과학 지분 12.74%를 한일진공과 케이피엠테크에서 양수했다고 공시했다. 32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해 대금을 치르기로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텔콘 주가는 하한가까지 떨어진 1만21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 내용은 지난달 24일 텔콘이 검토 중인 내용이라고 밝힌 것이다. 일부 주주들은 하락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논쟁을 벌였다. 개인 투자자들이 중·장기 비전보다는 단기 호재에 몰려들어 시세 차익을 실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엠마우스는 텔콘에 투자해 9.22%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한국계 김풍근(일본명 유타카 니하라) 엠마우스 대표가 텔콘을 사업 파트너로 결정했다. 텔콘과 엠마우스가 상호 출자 구조를 갖춘 이유는 겸형적혈구빈혈증(SCD) 치료제 신약 '엔다리' 출시 이후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계열사 케이피엠테크가 엠마우스 지분을 갖게 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텔콘은 과거 통신 장비 업체로 시작했다. 이후 제약·바이오 투자를 늘려 액상 의약품 생산 능력과 국내외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엔다리는 유전성 혈액 질환 치료제로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2000만명 정도 환자가 있다고 추산된다.
텔콘은 엠마우스에 원료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최근 텔콘 주가가 상승한 이유도 엔다리에 거는 기대 때문이다. 엔다리는 지난 7월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하반기부터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텔콘 측은 "내년에 매출 140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홍보했다. 아울러 엠마우스가 나스닥에 상장하면 시가총액 10억달러(약 1조98억원)가 예상된다고도 했다. 이를 호재 삼아 주가는 최근 2개월간 208.67%나 상승했다. 지난 7일에는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며 시가총액이 장중 1조4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텔콘 시가총액이 엠마우스 예상 시가총액을 뛰어넘어버린 셈이다.
문제는 예상 실적과 상장 후 시가총액 모두 구체적 사실이 없다는 점이다. 하반기에 시판된 엔다리 매출액은 올해 수십억 원
내년 2월 엠마우스가 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는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텔콘은 2015년부터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로 주가를 더 끌어올리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