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옥 김혜수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현정(김혜수 분)과 그녀를 위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상훈(이선균 분), 출세를 눈앞에 두고 덜미를 잡힌 최검사(이희준 분)의 물고 물리는 전쟁을 그린 영화다.
김혜수의 데뷔 이래 첫 정통 액션이다. 워낙 부상에 대한 걱정이 앞섰던 그였기에 ‘미옥’을 제안 받고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부담감을 안고 ‘미옥’을 선택한 이유는 느와르에 대한 매력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느와르에 대한 매혹이 있다. 꼭 여성이 나와서가 아니라, 느와르가 갖는 미덕, 관계들과 어긋남, 감정적인 배신과 복수,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쓸쓸하면서 진하게 밀려오는 감정들이 오래가는 걸 좋아하는데, 시나리오에서 그런 걸 느꼈다.”
김혜수가 연기한 나현정은 은퇴를 눈앞에 둔 조직의 언더보스로, 평범한 삶을 꿈꾸는 인물이다. 서로 다른 욕망을 쫓는 인물들 사이에서 자신의 욕망은 감춘 채 드러내지 않는다. 김혜수는 서늘함과 비밀스러운 욕망을 지닌 아이러니한 인물 나현정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제가 끌렸던 건 느와르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밀도 있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이 여자의 욕망, 욕망이라는 건 갖는 게 아니라 버리는 것, 떠나는 거다. 이게 짠하면서도 끌렸다. 제가 생각한 나현정은 초지일관 자기 욕망을 쫓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슴이 아렸다. 느와르가 가진 미덕이 현정이라는 인물에게 있었다.”
‘미옥’에서 기대감이 증폭되는 대목은 아무래도 김혜수표 액션이다. 그동안 부드러움 속에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했던 김혜수가 보기만 해도 짜릿한 액션을 선보였다.
“액션은 정말 팀을 잘 만난 것 같다. 사실 준비할 시간이 많이 없었다. 실제로 무술팀과 일찍부터 만나서 몸을 풀었지만 다른 스케줄이 개입됐었다. 촬영 들어가면서 익힐 수밖에 없었는데, 무술팀이 모든 걸 감안해서 따라갈 수 있게 준비해주셨다. 저는 액션에 대해서 초보라서 아무것도 몰랐는데 같이해주시는 분들이 잘 이끌어주셨다.”
“처음에는 안 쓰던 몸을 쓰다 보니 근육이 아팠다. 또 총이 굉장히 무거웠다. 촬영이 들어가면 총이 무거워서 팔이 덜덜 떨렸다. 폐차장 액션은 당시 날씨가 정말 추웠다. 잘못 부딪치면 뼈가 부러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버스 운전씬은 극중 조직원들이 차로 돌진하는데 정말 무서웠다. 그 분들은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이지만, 제가 그렇지 않아서 혹시 실수할까봐 정말 무서웠다.”
↑ 미옥 김혜수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
김혜수의 액션뿐만 아니라 개봉 전 예고됐던 그의 스타일은 파격 그 자체였다. 백금발에 반삭 헤어스타일은 그의 카리스마를 한층 드높여주기 충분했으며, 비주얼 자체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다.
“상훈이 드러내는 캐릭터라면, 현정은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다. 드러내지 않으면서 동시에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그중 하나가 헤어스타일이었다. 파격적이고 신선하게 가려고 했다. 멋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동선과 빛의 흡수 등을 고려해서 만들어졌다. 마지막에 가죽 프렌치 코드는 사실 싸울 때 입는 건 말이 안된다. 상당히 불편하다. 괜히 멋 부리려고 입은 게 아니라 악어가죽이라는 설정이었는데, 그 재질이 칼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실제로는 악어가죽이 아닌 프린트된 옷이었다.”
김혜수는 ‘미옥’이 소개되면서 따라 붙은 타이틀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김혜수 표 느와르’ 등의 수식어에 대해 부담감과 동시에 책임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시작할 때는 그런 생각을 안했다. 작품을 보고 매력점이 있으니 하는 거였는데 촬영이 끝나고 개봉하기 전에 예고가 나오고 홍보 문구들이 나오니까 솔직히 부담 됐다. 작품은 어차피 제가 할 수 있는 건 끝났으니까. 그리고 반가울 때다. 일반 관객들이 기대감의 목소리를 내고, 문제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보면 모두 다는 아니지만 일부가 진심으로 기다려주고, 응원해줄 준비가 돼있는 것 같았다. 그럼 우린 얼마나 제대로 나타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제작진뿐만 아니라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도 ‘미옥’은 반가운 영화임이 틀림없다. 남성의 전유물이라고만 느껴졌던 느와르에 여성, 게다가 김혜수를 내세운 액션물은 관객들의 구미를 당기기 충분한 지점이다.
사실 여성중심 영화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최근에도 문소리가 주연배우 뿐만 아니라 첫 감독에 도전해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영화를 탄생시켜 주목받은 바 있다. 김혜수는 이처럼 다양한 시도들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현실에서는 알게 모르게 시도들이 많았다. 자신이 주로 해왔던 영역에서 벗어나 목소리를 내는 시도들이 다양했고, 결과 또한 나쁘지 않았다. 시도만으로도 박수칠 만 하다. 가려진 시도들까지 너무 무리하게 끌어내리면서 가능성을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