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한국시리즈 3연패 도전이 조금 부담스럽지만, 시간이 흐른 뒤 되돌아보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양의지(30·두산)는 허리 통증 치료까지 하면서 한국시리즈 무대를 뛰었다. 매 경기 선발로 뛰었다. 그러나 그의 투혼은 1년 전처럼 빛으로 물들지 않았다.
양의지의 배트는 2017년 한국시리즈에서 차가웠다. 4차전까지 13타수 무안타 1타점 5삼진으로 타율이 0.000이었다. 3차전에서 희생타로 1타점을 올린 게 전부였다. 극심한 타격 부진이다.
양의지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1991년 장채근(해태) 이후 25년 만에 탄생한 포수 출신 한국시리즈 MVP였다. 투수 리드 및 볼 배합이 뛰어났다. 또한, 공격에서도 타율 0.438 16타수 7안타 1홈런 4타점 4득점으로 활약했다.
↑ 두산 양의지의 2017년 한국시리즈 첫 안타는 너무 늦게 터졌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그러나 1년 뒤 한국시리즈는 양의지에게 악몽과도 같았다. 2차전에서 8회말 결정적인 판단 미스를 범했고, 두산은 그 1점으로 패했다. 그리고 시리즈 흐름마저 빼앗겼다. 내리 네 판을 지며 역대 3번째 한국시리즈 3연패 도전이 좌절됐다.
허리 통증으로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었던 양의지는 공격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은 “타격감은 나빠 보이지 않는다”라며 굳게 믿었으나 양의지의 안타는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찬스가 그의 앞에 놓였으나 침묵했다. 잘 맞힌 공마저 야수의 호수비에 잡혔다.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치른 5차전은 특히 뼈아팠다. 양의지는 0-0의 2회말 1사 2,3루서 첫 타석에 섰다. 헥터는 다소 흔들렸다. 양의지를 상대로 던진 공 4개 중 3개가 볼이었다. 양의지는 헥터의 5구(146km 속구)에 배트를 휘둘렀으나 밀렸다. 포수 파울 플라이. 허탈했다.
2회말 찬스를 놓친 두산은 3회초 이범호의 만루 홈런 등으로 5점을 내줬다. 균형은 너무 일찍 무너졌다. 양의지는 17번째 타석 만에 한국시리즈 첫 안타를 때렸다. 5회말 선두타자일 때였다. 이마저도 류지혁의 병살타로 흐름이 끊겼다.
김 감독의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너무 늦었을 따름이다. 양의지는 0-7의 7회말 다시 안타를 쳤다. 이날 헥터를 상대로 멀티히트를 기록한 두산 타자는 민병헌과 오재원, 양의지 등 3명이었다.
양의지는 곧바로 대주자 박세혁과 교체됐다. 그가 남긴 불씨로 두산은 연타를 몰아치며 맹렬히 추격했다. 7회말 타자일순하면서 대거 6점을 뽑았다. 일방적이던 경기는 박빙의 승부가 됐다.
하지만 두산은 그 1점차를 끝내 뒤집지 못했다. 2번의 반격 기회가 주어졌지만 마지막 한 방이 부족했다. 9회말 1사 만루 기회를 놓쳤다. 너무 늦게 터진 양의지의 4번째 한국시리즈도 끝이 났다. 그의 21번째 한국시리즈 경기는 내년 이후를 기약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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