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창원) 이상철 기자] 호랑이와 곰이 프로야구 KBO리그 출범 이래 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한다.
두산은 2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서 오재일의 홈런 4방에 힘입어 NC를 14-5로 크게 이겼다. 오재일은 0-1의 3회초 역전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더니 4-4의 6회초 결승 3점 홈런을 터뜨렸다. 그리고 8회초와 9회초에도 쐐기 홈런을 날린 오재일은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기록한 두산은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획득했다. 역대 11번째(우승 5회·준우승 5회)다. 두산은 오는 25일부터 정규시즌 1위 KIA 타이거즈와 한국시리즈를 갖는다.
↑ 김재환(왼쪽)과 오재일(오른쪽)의 세리머니. 두산은 NC를 꺾고 KIA가 기다리는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사진(창원)=옥영화 기자 |
반면, NC는 3년 연속 두산의 벽에 가로막혔다. 2015년 플레이오프(2승 3패), 2016년 한국시리즈(4패), 그리고 2017년 플레이오프(1승 3패)까지 두산을 이기지 못했다.
벼랑 끝에 몰린 NC는 비장한 각오였다. 김경문 감독도 “쓸 수 있는 투수는 다 쓰겠다”라고 밝혔다. 1차전 선발투수였던 장현식은 3회부터 몸을 풀더니 4회 정수민에 이어 등판했다. 1회말에는 스크럭스의 땅볼로 선취점을 뽑았다. NC가 먼저 0의 균형을 깬 것은 이번 시리즈에서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달아오른 두산 타선을 잠재우지 못했다. 4차전마저 4사구와 홈런이 NC의 발목을 잡았다. 두산은 1회초 2사 만루서 2루수 박민우의 파인플레이에 막혔으나 2번째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2사 이후 집중력이 돋보였다. 두산은 3회초 2사에서 박건우와 김재환의 연속 안타로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다. 그리고 오재일이 정수민의 높은 포크(132km)를 통타, 역전 3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NC는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번복되지 않았다.
두산은 5회말 선발투수 유희관(4⅔이닝 10피안타 4실점)이 집중타를 맞으며 3점차 리드를 못 지켰다. 6회초 1사 3루에서는 박건우의 내야 땅볼로 3루 주자 류지혁이 홈에서 아웃됐다. 뭔가 꼬이는가 싶었다.
↑ 두산 오재일이 21일 NC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홈런을 날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창원)=옥영화 기자 |
그러나 2사 이후 다시 한 번 응축된 힘을 발휘했다. 김재환의 볼넷 뒤 오재일이 이민호를 상대로 홈런을 날렸다. 이번에도 실투(높은 136km 포크)를 놓치지 않았다. 마산구장을 가득 메운 NC 팬의 열띤 응원에 찬물을 끼얹었다.
오재일의 홈런 폭죽은 1개가 더 남았다. 8회초 1사 1루서 김진성의 높은 속구(139km)를 배트에 맞혀 중월 홈런을 쏘아 올렸다. 중견수 김성욱이 포구 의사를 안 할 정도로 큰 타구였다.
9회초에도 홈런을 추가한 오재일은 플레이오프 타격 기록을 새로 썼다. 경기 최다 홈런(4)·타점(9)·루타(16) 신기록. 또한, 단일시즌 기준으로 12타점으로 1999년 스미스(10타점)의 기록을 18년 만에 갈아치웠다. 3연타석 홈런은 포스트시즌 최초 기록이다. 오재일은 3차전 홈런 1개를 포함해 이
승부도 완전히 기울었다. 7회말 나성범의 홈런으로 희망을 꿈꿨던 NC는 추격 의지를 잃었다. 두산은 8·9회초에만 오재일의 홈런 등으로 6점을 뽑으며 승리를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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