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며 원유값 상승에 돈을 거는 투자 움직임도 관측된다.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더한 상장지수증권(ETN)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다. 레버리지 원유 ETN은 유가가 오르면 상승분 이상의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유가가 떨어지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투자 손실 위험을 짊어지고 원유에 투자할 만큼 낙관적인 시장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뜻이다.
28일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4일까지 한 달간 '수익률 상위 20대 펀드(ETF 제외)' 가운데 원자재 펀드와 브라질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했다. 자원 부국인 브라질에 투자하는 펀드는 주로 원자재 가격에 연동돼 움직이는 까닭에 '범원자재 펀드'로 분류된다. 수익률 상위 100대 펀드 중에서는 32개가 원자재·브라질 펀드였다.
최근 날개 돋친 듯 가격이 뛰어오른 니켈·구리를 비롯한 광물 가격 상승세가 펀드 수익률을 견인했다.
5월 말 t당 9000달러 초반이었던 국제 니켈 시세는 t당 1만1600달러를 돌파했다. 1년래 최고치에 임박할 정도로 시세가 올랐다. 가격 상승세가 최근 3개월에 집중돼 니켈에 돈을 투자하는 '하나UBS암바토비니켈해외자원개발펀드 1'의 1개월 수익률은 15.88%를 기록했다. 코스피 조정기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니켈에 적잖은 비중으로 돈을 태운 '블랙록월드광업주펀드(언헷지)'(7.53%) 등 다른 원자재 펀드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필리핀 니켈 광산 생산량이 20% 넘게 줄어든 데다 중국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에 가격이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니켈 광산 절반 정도는 니켈 가격이 t당 1만2500달러가 돼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니켈 시세가 많이 올라왔지만 2011년 t당 2만8000달러가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 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리 가격 역시 최근 t당 6700달러 선에 거래되면서 3년래 최고치 안팎에서 가격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여러모로 원자재 펀드 주목도가 올라갈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에 근접하며 원유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원유 ETN에 뭉칫돈이 몰리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일반 펀드에 비해 매매가 간편하고 수수료가 낮은 데다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없는 '레버리지' 상품이 있어 단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일평균 ETN 거래량은 337만주로 올해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ETN 인기 비결로 원유선물 ETN 거래량 상승을 꼽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TN 중에 삼성증권의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이 하루 평균 거래량이 96만주(거래대금 119억원)에 달해 1위를 차지했다. 2위 역시 신한금융투자가 내놓은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으로 하루 평균 거래량이 49만주(51억원)에 달한다. 두 ETN의 거래대금 점유율이 전체 ETN 시장의 80%가 넘었다.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을 활용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SCI 원유 인덱스 변동률을 2배로 추종한다. WTI 가격 상승 폭의 2배만큼 수익이 난다는 의미다. 지수가 하락할 때는 2배의 손실을 본다.
올해 6월 배럴당 42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유가는 지난달 말 50달러 선을 맴돌아 완만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하며 유가가 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점이 호재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멕시코만 주변 정유 설비에 일제히 타격을 줘 국제유가가 5% 안팎 급등한 사례가 반복될 거란 기대다. 다만 많이 오른 원자재 펀드와 원유 ETN 수익률을 마냥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유경하 동부증권 연구원은 "니켈 시세가 장기적 관점에서 완만히 우상향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가격이 너무 급하게 올라 단기로는
[홍장원 기자 /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