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실시한 KB국민은행 노동조합위원장 선거에서 사측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동안 몇 차례 이러한 의혹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노조가 사측이 개입한 정황이 담긴 음성 녹음파일 등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공개, 파장이 예상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지부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측의 노조 선거 개입 증거가 담긴 녹취파일 등을 공개, 지난해 10월부터 2번에 걸쳐 치러진 노동조합 선거에서 사측이 현 노조 위원장의 당선을 막기 위해서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은행 노동조합 선거는 지난해 12월 박홍배 후보(현 위원장)의 당선이 확정됐지만 노조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결과를 번복하고 당선 무효를 결정하면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박 위원장은 다시 치러진 선거에 출마했으나 선거관리위원회가 박 후보의 후보 자격마저 또 다시 박탈했고, 선거 하루 전 법원이 이를 뒤집으면서 조합원 1차 선거에서 58%의 지지를 얻은 끝에 노조 위원장에 당선됐다.
노동조합이 이날 공개한 증거자료에는 ▲이오성 당시 국민은행 경영지원그룹 부행장(현 KB 데이터시스템 대표)이 전국 부점장 회의를 통해 직접 지점장들의 선거 개입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김철 당시 HR본부장이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에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이는 녹음파일 ▲선거관리위원들이 사측 압박을 토로하는 녹음파일 ▲선거 과정에서 비조합원인 지점장이 특정 후보 지지를 강요하는 녹음파일 등이다. 더욱이 일부 본점 부서와 지점에서는 비밀투표 원칙을 무시하고 부서장 등이 기표행위를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투표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배 노조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측의 조직적인 노동조합 선거 개입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특별근로감독을 통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측의 이러한 행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 81조 소정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는 사안이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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