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가전업체 삼성전자와 최대 에너지업체 한국전력이 스마트가전 공동 사업을 펼치며 전력 '보릿고개'를 넘는다.
삼성이 에어컨, 냉장고에 첨단 원격 제어센서를 붙여 팔면 한전이 여름·겨울 등 순간적으로 전력 사용량 많아지는 시간(피크타임)에 원격으로 가동률을 조종해 전기를 아끼는 프로젝트다.
삼성전자와 한전은 "스마트가전으로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는 '에너지 사물인터넷(IoT) 사업'을 펼친다"며 "참여를 희망하는 가구 모집을 시작한다"고 5일 밝혔다.
결론적으로 말해 스마트가전을 설치하는 가구는 최소 '30만원+a'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희망 가구는 집 근처 삼성 디지털프라자 매장을 방문해 시범 서비스 가입 신청을 하고 스마트가전(무풍에어컨·T9000냉장고)을 구매하면 된다.
삼성전자는 한전 IoT 센서가 부착된 무풍에어컨은 30만원, T9000은 35만원을 깎아 팔기로 했다. 여기에 피크타임 때 한전이 감축하는 전력량에 따라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전은 스마트가전을 통해 전력량을 8% 안팎 깎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데 한달동안 서울 평균 전력량(304kWh) 만큼 전기를 쓰는 A씨 가구가 있다고 하면 8% 감축으로 한달에 4190원(3만6650원->3만2460원·4인 가구 주택용 고압요금 기준)을 아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스마트가전을 들여놓으면 피크시간대 에어컨을 세게 틀고 싶어도 못 트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다만 전력난이 왔다고 당장 한전이 가전 제품 전기를 끊지는 않는다. 한전은 전력 위기 수준을 1~3단계로 나눠 1단계에는 소비자들이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자동으로 전력 사용률을 낮추되 전력난이 극심해지는 2~3단계로 넘어가면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사용자 동의를 받은 후 점진적으로 가동률을 축소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다.
아직은 스마트가전을 살 수 있는 가구도 제한이 있다. 한전은 일단 시범사업으로 성동구 금호대우, 관악산휴먼시아, 목동한신청구 등 서울지역 13개 아파트와 인천 1개 상가(타워플러스) 가운데 스마트가전 도입을 희망하는 곳만 신청을 받는다. 이번달 신청을 받아 다음달부터 1년간 피크시간대 자동절감 시범 사업을 전개한다.
한전 관계자는 "시범 사업 기간 쌓인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후 내년 하반기부터 스마트가전 적용 대상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에너지 IoT와 연계한 빅데이터 플랫폼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이번 사업을 통해 5년 내 전 제품을 IoT로 연결하겠다는 '스마트홈 플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외부 전력 관리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전력 소비에서 일반·주택용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33.9%로 산업용(57.7%)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원격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 가전 제품이 확산되면 국내 전력 수요 관리가 한층 용이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은 이번 시범 사업이 안착해 전국 냉장고와 에어컨 50%에 피크관리 기능이 적용되면 최대 100만kW 전력 부하(8% 감축 목표 달성시)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 에너지 기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전기 사용량이 집중되는 오전, 오후 특정 시간대만 넘기면 전력난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며 "20~30분만이라도 가전 제품 사용량을 통제할 수 있다면 체계적인 전력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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