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새 대통령에 선출된 에마뉘엘 마크롱(39)의 25세 연상 부인인 브리짓 트로뉴(64)는 마크롱의 평생의 연인이자 영혼의 동반자, 최고의 대변자로 불린다. 대통령보다 25살 연상인 퍼스트레이디는 프랑스 공화국 역사상 처음인데다 트로뉴가 마크롱을 만든 '숨은 공로자'란 점에서 역대 퍼스트레이디들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국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마크롱의 보좌진은 트로뉴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처럼 영향력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트로뉴는 여심을 자극하며 남편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트로뉴는 마크롱이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후 유세장에 직접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국민들의 고충을 듣는 역할을 해왔고, 연설문 작성을 돕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마크롱은 지난 1차 투표 직후에 이어 이번 결선 승리 후에도 트로뉴의 손을 붙잡고 함께 무대에 올라 환호하는 유권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는데, 프랑스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의 배우자는 사생활을 지키며 정치 무대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역대 프랑스 퍼스트레이디들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부인 다니엘 여사를 제외하면 전통적인 내조의 역할에 머물렀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재혼한 이탈리아 모델출신 카를라 브루니도 내조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마크롱은 최근 유세에서 "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아내에게 (공적인) 역할과 지위를 부여하겠다"며 "공식적인 '프랑스 퍼스트레이디'가 처음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영부인에게 공식적인 지위가 부여되지 않지만 앞으로 트로뉴가 영부인의 역할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트로뉴는 퍼스트레이디가 되면 청년층과 연관된 일에 몰두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한 바 있다.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화제를 뿌렸다. 두 사람은 20여년 전 학생과 교사로 프랑스 아미앵의 한 사립고교에서 처음 만났다. 15세 소년 마크롱은 40세 프랑스어 교사였던 트로뉴와 연극 동아리에서 함께 희곡을 쓰며 사랑에 빠졌다. 트로뉴는 당시 3명의 자녀를 둔 기혼자였다.
둘의 사이를 알게 된 마크롱의 부모는 둘을 떼어놓으려고 마크롱을 파리에 있는 고등학교로 전학시켰다. 트로뉴의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마크롱은 파리 고등학교로 전학가면서 트로뉴에서 "꼭 다시 돌아와 선생님과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당시 그의 나이가 17살이었다.
최근 발간된 책 '에마뉘엘 마크롱: 완벽한 젊은 청년'에 따르면 마크롱의 아버지는 트로뉴를 만나 아들이 적어도 18세가 될 때까지 참아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그러나 트로뉴는 마크롱의 아버지에게 "어떤 것도 약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전화통화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트로뉴는 남편과 이혼하고 파리로 갔고 2007년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자녀가 없지만, 마크
마크롱의 사랑과 결혼생활은 프랑스 유권자들에게 불륜이라는 이미지보다 그가 관습으로부터 자유롭고, 열정적이며, 현대적인 사람이란 이미지를 갖게 만드는 효과를 갖게 했다는 분석이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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