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남길은 수다쟁이다. 그동안의 쌓아온 이미지만 봐서는 한없이 과묵할 것 같지만 센스 있는 화려한 언변으로 인터뷰 1시간을 알차게 채워준다.
그런 그가 4월 극장가를 따뜻한 봄의 감성으로 물들이고 있다. 영화 ‘어느날’(감독 이윤기)에서 김남길은 어느 날, 영혼을 보게 되는 평범한 남자 강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그는 단번에 출연을 결정하지 않았다. 강수의 상황이나 아픔에 쉽사리 공감되지 않으면서 출연을 고심했다.
“이게 편견일 수 있는데, 좀 묵직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영혼이 나온다는 판타지적 요소가 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당시에는 강수가 갖고 있는 감성과 아픔이 공감되지 않았다. 소중한 사람을 죽음으로 잃어본 적이 없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몇 개월 후 다시 시나리오를 읽어봤을 때 공감하지 못했던 강수의 아픔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어느날’은 사람과 영혼으로 만난 두 남녀가 교감하며 서서히 변화해 가는 과정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유일하게 한 사람에게만 영혼이 보인다는 독특한 판타지적 설정을 더해 감정의 폭을 넓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조금씩 강수와 가까워진 김남길은 가볍지 않은 소재를 편안하고 무겁지 않게 풀어나가려고 노력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이 무겁지는 않아서 저는 좋았던 것 같다. 끝에 소재적인 부분이 있긴 하나, 그리고 장치적으로 활용된 판타지나 이런 것들이 크게 이질감 없이 나온 것 같아서 저는 나쁘지 않게 나오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어느 날’에는 김남길과 천우희가 호흡을 맞추며 감성의 시너지를 높였다. 두 사람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 어느 날을 기점으로 섬세한 감정 연기를 이어간다. 특히 인간과 영혼의 만남이라는 익숙지 않은 설정에도 완벽한 연기 호흡을 선보인 김남길과 천우희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특별한 어느 날을 그려내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천우희와 형제 같은 느낌이랄까. 기본적으로 첫 만남 자체에서 친근감이나 동질감이 많아서. 그 친구가 추리닝을 입고 와서 사람들이 절 보고 이런 생각을 할까 생각했다.(웃음) 그런 게 작품으로 연결되다 보니까 편안하기도 하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