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둔 검찰청사 앞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승환 기자] |
① 조사 밤 늦게 끝날 듯
박 전 대통령은 21일 오전 9시께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출발할 예정이다. 자택 주변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곧바로 떠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같이 청와대에서 제공한 경호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것이 유력시 된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 시각인 9시30분보다 조금 일찍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동문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검찰청사는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다. 서울중앙지검 내 취재진 출입도 불가능하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중앙 현관 앞에서 내린 뒤 노란색 테이프로 표시된 포토라인에 서서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모든 과정은 생중계 된다.
그는 간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서울중앙지검장과 1·2·3차장검사 방이 있는 13층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례대로라면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18기·고검장급) 또는 부본부장인 노승권 중앙지검 1차장(52·21기·검사장급)과 간단한 '티타임'을 갖게 된다.
오전 10시 전후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장소는 특수1부가 있는 같은 건물 10층 영상녹화조사실이 유력하다. 형사8부가 있는 7층 조사실도 거론된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조사실 밖 복도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할 때 다른 검사나 수사관, 피조사자와 마주치지 않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조사 도중 식사는 배달음식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조사는 이날 밤 늦게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본측은 "심야조사는 동의를 받아야하는 만큼 가급적 자정을 넘기기 전에 마친다는 방침"이라며 "하지만 정확한 시간은 내일 가봐야 안다"고 밝혔다.
② 뇌물 혐의 등 쟁점은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13개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8가지, 올해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5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시간이 한정된 만큼 중요한 사안부터 물어볼 예정이다. 가장 주된 쟁점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다. 뇌물죄는 형량이 가장 무거워서 이번 수사의 성패를 가를 핵심 혐의로 꼽힌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씨(61·구속기소)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지원하는 대가로 43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비롯해 박 대통령과 최씨 측에 건넨 자금을 뇌물로 규정했다. 앞서 박 대통령이 기업들에 강요해 출연금을 갈취했다고 밝힌 검찰보다 혐의를 더 무겁게 본 것이다. 특검은 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서 핵심 과정이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진 것도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앞두고 SK와 롯데 수뇌부를 불러 조사했다. 이들 기업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대가로 총수 사면, 면세점 특허권 등 특혜를 제공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 관계, 박 전 대통령과 최씨·기업 간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 등을 강도 높게 추궁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박 전 대통령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대기업 인사개입을 포함한 최순실 이권 지원(직권남용) △청와대 비밀문서 유출(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해왔다. 검찰은 수백개의 질문 항목을 다듬고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③창과 방패는 누구?
검찰측에서 박 전 대통령 조사는 이원석 특수1부장(48·27기)과 한웅재 형사8부장(47·28기)이 맡는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본부 1기부터 수사에 참여했다. 특본 관계자는 20일 두 부장검사가 처음부터 동시에 투입되는지, 번갈아 가면서 조사를 할지에 대해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주임인 한 부장검사는 지난해 10월 5일 최순실씨 등에 대한 고발 사건을 배당받았다. 한 부장검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혐의를 조사해왔다. 이 부장검사는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 등으로 같은달 27일 특본이 출범하면서 합류했다. 그는 최순실씨에 대한 삼성의 부당 지원 혐의,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를 수사했다.
검찰은 처음부터 수사에 관여해 핵심을 꿰뚫고 있는 특수통 검사들을 전면에 내세워 변호인단의 방어를 뚫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영렬 지검장과 노승권 1차장은 특정 장소에 설치된 모니터로 조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필요할 경우 신문 내용이나 방향 등을 지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선 유영하 변호사(55·24기) 등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변호사는 지난해 검찰 수사 때부터 박 전 대통령 변호를 맡아왔다. 특본 관계자는 "(조사에 참석할) 변호인 숫자는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1~2명 정도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부부장검사 출신의 정장현 변호사(56·16기)도 유력하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대리인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 변호사는 소환조사를 하루 앞둔 20일 박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았다. 또 헌재에서 대리인으로 나섰던 손범규(51·28기), 황성욱(42·42기), 채명성(38·36기), 위재민(59·16기), 서성건(57·17기) 변호사도 선임계를 내고 검찰 수사에 대응해왔다.
④검찰, 구속영장 청구할까
검찰은 조사를 마치고 숙고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뇌물수수 등 혐의의 피의자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불구속 기소할지 결정해야 한다. 지난해 국정농단 수사에 착수한 이후 가장 어려운 결정이다. 지난해 11월 20일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강요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할 때에도 논란은 많았다. 헌법의 불소추 특권이 그를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논란을 돌파했다. 특검 수사의 길을 낸 것도 사실 검찰이었다. 그 때까지도 박 전 대통령은 권력자였고 여론은 불같았다. 헌법재판소가 그를 민간인 신분으로 만든 뒤에 정치권 셈법은 복잡해졌다고 한다. '피의자 박근혜'에 수갑과 수의가 겹쳐지면 지지자들의 분노가 폭발할 거라는 전망은 정파마다 다르지 않다. 검찰은 '원칙'이 무엇인지를 검토하며 다양한 '여론'을 실시간으로 예민하게 분석하는 일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 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것은 박 전 대통령에게 매우 불리하다. 뇌물을 줬다는 쪽이 구속됐다면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쪽도 구속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특검 수사 이후 수사의 적법성도 논란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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