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 외국인 170만 명 시대. TV에서도, 일상에서도 외국인을 만나는 게 더 이상 어렵지 않은 2017년, 그들은 정말 우리 ‘이웃’이 됐을까.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서 정착 생활을 하고 있는 외국인이 적지 않은 만큼, 여러 방송사에선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각종 교양, 예능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저마다의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들이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눈물을 선사하고 있는 가운데 그들의 일상을 좇으며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과 한국인들과의 소통을 그려내 호평 받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KBS 1TV ‘이웃집 찰스’다.
‘이웃집 찰스’는 취업, 학업, 결혼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 사회에 정착해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생생한 한국 적응 스토리를 리얼하게 담은 프로그램으로 ‘찰스’들이 바라본 한국의 모습과 그 속에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그들과의 진정한 교감을 시도하는 신개념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2015년 1월 첫 방송 이후 꾸준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프로그램은 100회 방송을 기념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00회를 맞이한 소회와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을 소개했다.
프로그램 MC로 활약 중인 최원정 아나운서는 “‘이웃집 찰스’는 KBS 1TV 프로그램 중에서도 젊은 시청자들이 즐겨 찾는 프로그램이다. 시청률도 점점 안정화되어가고 있다”며 “위에서 자르지만 않으면 앞으로 쭉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100회를 맞이한 기쁨을 드러냈다.
주로 중, 장년층이 즐겨 시청하는 KBS 1TV 프로그램으로서 젊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최 아나운서는 “교양 프로그램이지만 깨알 같은 재미가 있고, 출연진들이 그런 역할을 잘 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층들이 해외에서 진로를 개척하는 경우가 많은데 역으로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들의 모습을 보며 감정이입을 하고 간접경험을 하지 않나 싶다”고도 말했다.
외국인 패널로 1년 전 ‘이웃집 찰스’에 합류한 파비앙은 “1년 동안 팬으로서 시청했다”면서 “내가 한국에 온 초창기에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면 좋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처음 오면 멘붕이다. 출연자들을 볼 때마다 과거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문화도, 언어도 잘 모르는데, ‘이웃집 찰스’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격려와 응원을 원하고 온다.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MC 홍석천이 밝힌 ‘이웃집 찰스’의 힘은 소통과 화합, 그리고 그 기저에 딸려 있는 사랑이다. 그는 “대한민국이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데 그들이 한국에 정착하면서 느끼는 걸 유쾌하게 풀어내기 때문에 공감 받는 것 같다”며 “우리도 해외에서 성공한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이야기를 들을 때 자랑스러운데, 거꾸로 한국에 나와 있는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꿈을 이룬 모습을 본국에서 보실 때는, 대한민국을 홍보하기도 하고 국위 선양하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외국인이 출연하는 타 프로그램들과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제작진은 ‘진정성’을 꼽았다. 이병용 PD는 “찰스들과 마찬가지로 제작진도 그들과의 문화 차이를 느낀다. 2~3주 가량 촬영하는데 초반 일주일은 집 안까지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촬영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못 하다고 옥신각신하다 나중에는 그들이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방송이 나간 뒤에는 오히려 그분들이 좋아하신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2년간 시청자를 파고든 ‘이웃집 찰스’는 진짜 내 ‘이웃’이 됐을까. 외국인에 다소 배타적인 한국 사회지만 점진적으로나마 그들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쪽으로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게 제작진 그리고 MC들의 설명이다.
홍석천은 “한국에 가족 단위로 나와 있는 사람들 중 아이들이 학교 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꽤 있고, 피부색이나 여러 편견 등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가족들이 걱정하는 상황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웃집 찰스’ 촬영을 통해 주위 친구들로부터 ‘친구하자’는 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한국 친구가 생긴다는 게 그들에게 우리가 준 선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홍석천은 “사업 하시는 분들 중에도 주변 분들에게 배타적인 시선을 받는 분들이 있었는데 ‘이웃집 찰스’ 이후 잘 봤다, 응원한다, 어려운 일 있으면 얘기하라며 손 내밀어주는 이웃을 얻어 살기 편해졌다는 감사 인사를 듣기도 했다. 그런 인사를 들을 때마다 우리 역시 행복해진다”고 덧붙였다.
이PD 역시 “우리 프로그램은 모금하거나 출연진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데 제3세계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방송 나간 뒤엔 후원 물건을 보내주시거나 후원 계좌 알려달라는 분들 많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 나가면 아직도 흑인이나 동남아에서 오신 분들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페북이나 게시판 통해 도움 주시겠단 분들 또한 많다”며 “우리 주위에 찰스가 많다는 걸 아시고, 힘없는 소수들이 우리 나라에 잘 적응하라고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 우리는 시청자들의
7일 방송되는 ‘이웃집 찰스’ 100회에서는 지난 2년간 출연한 32개국 103팀 중 방송 후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출연자들이 총출동,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애프터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된다.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