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율이 주춤하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권내에서 '대안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황 권한대행 또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대선후보와 같은 광폭 행보를 소화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반 전 총장의 낙마 사태를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황 권한대행의 행보에 대해 집중적으로 견제하고 나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이 지난 23∼24일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은 7.9%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31.2%),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16.0%), 이재명 성남시장(10.7%) 다음으로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이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각각 기록한 7.4%를 앞지른 것이다.
황 권한대행이 '다크 호스'로 부상되자 여당의 구애도 가시화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의 새누리당 입당이 사실상 좌절되면서 새로운 대안 찾기에 나선 것이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론조사에서 황 권한대행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많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출마의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그런 여지에서 (황 권한대행도) 문을 열어놓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최근 여권에서 불고 있는 황 권한대행에 대한 기대심리를 반영했다. 그는 "황 권한대행도 그런 얘기를 듣고 있을 것"이라며 "어떤 결정을 할지는 본인의 결심에 달렸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이나 선거법에는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자체를 금지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공직선거법 제53조 2항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30일 전 사퇴하면 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황교안 바람(황풍)'의 사전 차단에 나섰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황교안 총리를 비롯해 내각 전반에 대한 포괄적 탄핵을 의미한 것이라는 잊어서는 안 된다"며 "황 총리는 권한 대행일 뿐 대통령 행세를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전해철 최고위원도 "권한대행의 부적절한 행보가 계속 되고 있다"며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추후 정치 행보의 의도를 가진 것인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선 후보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최근 황 권한대행의 행보 역시 그의 대선 출마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매일 많게는 5개의 일정을 소화하며 바삐 뛰고 있다. 최전방 군부대 방문과 청년 콘서트 참석, 여성·소상공인·중소기업인 등과의 간담회 등 만나는 사람과 일정 역시 다채롭다. 고건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2004년 대행 직을 맡은 이후 현장 방문 횟수가 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외부 행보에 조심을 기했다.
25일 기준으로 21번의 현장 방문을 한 황 권한대행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황 권한대행의 행보 중 단연 손꼽히는 것은 23일 있었던 권한대행 신년 기자회견이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모두 발언(10분)과 질의응답(50분)을 포함해 약 1시간 동안 국정 운영 전반을 국민에게 설명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와 위안부 합의 등 외교·안보 이슈는 물론 재정 지출을 통한 경제 성장, 기업의 투자 촉구, 규제 개혁, 과학기술 발전 등 국정 현안에 대한 정부의 구상을 거침없이 밝혔다. 박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과 국정 운영의 관리자, 탄핵이 기각되면 국무총리로 돌아가는 시한부 권한대행이 추진하긴 모두 무리가 있는 계획들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예전엔 몰랐는데 기자회견을 보니 황 권한대행에게 확실히 대선 출마의 욕심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또다른 총리실 관계자는 "출마 하신다고 해도 그 전까지는 권한대행이니 성실히 보좌하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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