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교보생명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2011년 이후 지급 청구가 들어온 자살보험금건에 대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 지급 대상을 2011년 1월 24일 이후 보험금 청구자로 특정한 것은 금감원이 법 위반 사실로 적시한 '기초서류(약관) 준수 위반' 관련 규정이 이때 법제화됐기 때문이다. 이전 자살보험금 미지급분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교보생명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는 얘기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배임 문제를 피하려면 2011년 1월 24일 이후 청구건 이외에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생각해 최대한 선의의 조치를 내놨는데도 금융당국이 법적 토대가 없는 중징계를 강행하면 행정소송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더 이상의 조치는 내놓을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교보 대주주 중 일부 외국계가 자살보험금 지급에 강력하게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쉽게 전액 지급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업계에서는 자살보험금 미지급으로 중징계 예고를 받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교보생명처럼 일부 보험금 지급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4년 ING생명도 자살보험금 미지급 관련 금융당국 제재에 불복해 과징금 부과금 처분 취소 소송을 했다가 1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 중 취하한 바 있다.
금감원은 여전히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주장하면서도 내심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험금 일부 지급이라는 수에 허를 찔린 상태로 2011년 1월 24일 이전 자살보험금 청구건에 대해 법적으로 징계가 가능한지에 대해 법률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의 법률검토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 내년 1월께로 예정됐던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징계 결정도 늦춰질 것으로 보여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에 금감원이 교보 등 생명보험사들과 협의를 거쳐 최대한 자살보험금을 모두 지급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번에 교보생명이 일부 지급하기로 한 자살보험금 규모는 200억원 정도다. 교보의 미지급 자살보험금 규모(1134억원)의 20% 수준이다. 이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한 보험사들도 반발하고 있다.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한 A보험사는 "일부 지급만으로도 제재를 면하거나 제재 수위가 크게 낮아지게 된다면 금융당국 제재 원칙이 무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