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트럼프가 불러일으킨 중국·러시아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45년간 지켜져 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미·중 협력의 산물들이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또 러시아가 트럼프를 돕기 위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미국 정계에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고 재확인하고, 미·중 협력에 이상이 생기면 유엔의 추가 대북제재, 이란 핵합의, 기후변화협정 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또 “대만은 협상용 카드로 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미국의 9번째 교역 상대국이자 가까운 파트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미국에 대해 쓸 수 있는 보복 수단으로 통상·북한·기후변화·대만·이란 다섯가지를 꼽았다.
북한에 대한 투자와 원조, 교역을 확대해 북한 경제를 지원하거나 북한에 군사적 기술 전수, 공동 군사훈련 등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스팀슨센터의 윤선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의 적국에 무기수출이나 군사적 지원에 나설 수 있다”면서 “미국의 적국에는 북한도 포함된다”고 경고했다. 켄 고스 미 해군 분석센터(CNA) 국제관계국장은 “중국이 대북제재에 협력하지 않는 방법으로 미국에 보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보잉 항공기 구매 약속을 철회할 수 있고 독점금지법을 활용해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차별을 강화할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 해 미국 기업 퀄컴에 대해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9억75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전 세계가 합의한 기후변화협정을 무시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므로 기후변화협정이 파기되더라도 중국이 입는 타격은 상대적으로 적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박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미국이 지켜주지 않으면 미국의 이익과 관련한 다른 사안에 중국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은 갈수록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연방 의회 차원에서 조사 의지를 밝힌 데 이어 백악관도 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가 러시아에게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을 해킹해달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라”며 노골적으로 공격했다.
문제는 일부 선거인단이 오는 19일(현지시간) 공식 대선을 앞두고 술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인단이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선거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탓에 지난 달 8일은 유권자들이 대통령 선거인단을 뽑은 것이고 실제 대선은 오는 19일 치러진다. 선거인단은 통상 자신이 속한 주의 유권자 투표 결과에 따라 형식적으로 투표해 왔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교차 투표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에 따르면 선거인단 10명이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선거인단 투표 전에 러시아의 대선 개입 관련 정보를 추가로 보고할 것을 요청했다. 서한을 보낸 인사 중에는 공화당 소속 크리스토퍼 서프런이 포함됐으며 서프런은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과 민주당 척 슈머, 잭 리드 등 상원의원들도 공동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대선 개입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가 13일 국무장관 후보로 공식 지명한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와 친분이 깊다는 이유로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를 포함해 러시아 여러 기업과 합작사업을 해왔다. 특히 틸러슨은 2012년 러시아 정부훈장인 ‘우정훈장(Order of Friends)’을 받았다.
트럼프는 또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를 에너지장관 후보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에너지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인 기후변화협정을 무력화하고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을 확대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트럼프는 한편 오는 15일로 예정된 당선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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