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연일 패닉에 빠졌다. 미국과 유럽 증시가 하락하고 공포지수는 급등하는 등 ‘트럼프 당선 공포’에 시장이 출렁이는 양상이다. 국내도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과 국제유가 하락 등 외부 악재가 겹치며 주식시장이 약세를 이어갔다.
3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보다 9.28포인트(0.44%) 낮은 2088.66에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8거래일 연속 하락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최장기간 연속 하락’이라는 덫에 빠졌다. 이날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낙폭이 크진 않았지만 일제히 떨어졌다. 유럽 주요 증시도 3일(현지시간) 미 대선 판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동반 하락했다. 영국 런던 증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프랑스 파리 증시는 모두 내리막을 탔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도 이날 전 거래일보다 14.2% 급등한 22.08을 기록해 시장의 불안감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변동성지수는 지난달 28일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재수사 방침이 밝혀진 직후 21%까지 급등한 바 있는데, 이보다 더 오른 것.
한국 주식시장도 약세를 이어갔다. 4일 오후2시 30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0.13%(2.65포인트) 떨어진 1981.15을 기록했다. 최근 낙폭이 컸던 코스닥은 0.17% 상승해 611.01이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 국정 개입 의혹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오전 한때 코스피지수 낙폭이 축소되기도 했지만 외국인은 국내 정치 불안이 해소되기엔 미흡하다고 판단하며 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1600억원 가까이 팔았고 코스피200 선물도 1000계약 가량 순매도했다. 최근 3일 연속 외국인이 선·현물 시장에서 동시 순매도에
최창규 NH투자증권 파생헤지전략부장은 “박 대통령의 개각과 대국민 담화 등이 나오며 외인들이 불확실성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최근 외인들이 코스피200 선물을 4일 연속 순매도한 것은 국내 증시가 단기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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