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지난주 종료됐고 미르·K스포츠재단,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은 검찰로 공이 넘어갔다. 그렇다고 논란이 끝난건 아니다. 야권의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검찰 수사와 맞물려 논란이 확대·재생산될게 뻔하다. 야당은 벌써부터 내년도 예산안에서 최순실·차은택 논란과 관련한 정부 예산을 손보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우 수석 사퇴 주장에 대해서도 끈을 놓지 않고 있다.
4대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끝내야 하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일련의 논란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감 이후 박 대통령이 난국 돌파를 위해 어떤 승부수를 띄울지, 향후 국정운영 구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비선실세 의혹과 우 수석 거취 문제다. 박 대통령은 일단 두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힌 상태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지난달 12일 여야 대표 회동때 박 대통령은 우 수석 사퇴를 주장하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요구에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최순실(개명후 최서원)씨에 대해서도 지난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며 역시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로써 정국을 강타한 두 논란은 검찰 수사 이후로 결론이 미뤄졌다.
관심은 자연스레 수사 결과에 쏠린다. 민간인 신분인 최씨는 검찰에서 혐의가 드러나면 처벌을 받을테고 무혐의라면 박 대통령이 조치를 내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 최씨가 인사·운영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두 재단이 보다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 감사를 철저히 하는 것 정도가 최선일 듯 하다.
반면 우 수석은 다르다. 공직에 있는 만큼, 여론추이와 검찰수사를 보고 박 대통령이 얼마든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일각서 최근 ‘우병우 조기 사퇴론’을 슬쩍 흘렸지만 청와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박 대통령도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한 만큼,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미리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결과 혐의가 확인되면 당연히 민정수석직을 내려놓고 처벌 수순을 밟을 것이다. 그러나 무혐의로 결론 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우 수석 거취를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이는 여당뿐 아니라 청와대 내부 기류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한 참모는 “우 수석이 검찰 수사를 통해 무혐의 판정을 받는다면 우 수석 스스로 명예를 회복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며 “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도 정치적 부담을 털고 청와대 비서진을 새롭게 개편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로 우 수석이 명예를 회복하면 적절한 시기에 민정수석을 교체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현재로서는 이같은 관측에 좀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여권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총선 패배 이후 곧바로 문책인사를 하지 않다가 이 문제가 잠잠해 질 때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차례로 바꿨다”며 “우 수석도 이슈가 어느정도 수그러드는 시점에서 교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기는 수사결과 발표후 1~2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상반된 견해도 나온다. 다른 참모는 “우 수석이 특별한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교체할 명분이 있겠느냐”고 했다.
대북 안보 구상은 현재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주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등이 미국의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 등을 만난 것에 대해 청와대는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한 참모는 “북한 당국자들이 미국의 현직 당국자들이 아닌 전직 인사들을 만난 만큼, 특별히 의미있는 만남이라고 볼 순 없다”며 “지금은 남북이 대화에 나설 국면은 절대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기존 대북 강경론을 유지하면서 5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의 한층 강화된 제재안 채택을 위해 외교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하반기 국정운영의 중심을 ‘경제 회복’에 놓고 ‘민생 법안’ 처리에 재차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최순실·우병우 논란에 모든 정책 현안이 묻혔던 만큼, 이제부터 다시 파견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핵심 민생법안 처리 문제를 정국 이슈로
[남기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