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1조원 규모 신약 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뉴스를 믿고 개장하자마자 아내 몰래 퇴직금 1억원을 투자했는데 하루만에 2000만원 넘게 손해를 보고 팔았습니다. 어디다 하소연할데도 없고 죽겠습니다. 피같은 돈을 찾을 방법이 없을까요.”
지난달 30일 일어난 한미약품의 ‘악재(기술 수출계약 반환) 늑장 공시’ 사태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애끓는 사연이 증권 관련 인터넷카페와 게시판에 쏟아지고 있다. 이번 한미약품 늑장 공시에 따른 피해는 특히 개인투자자에 집중됐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술계약 파기 공시가 나오자 기관이 무려 2037억원 순매도하고 외국인도 62억원을 내다팔았지만 개인은 반대로 2101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한미약품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개인투자자의 막연한 기대감이 큰 손실로 이어진 것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 주가는 지난달 30일 18.1%하락한데 이어 4일에도 7.3%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지난달 30일 개장가로 한미약품 주식을 산 투자자는 이틀만에 27.6%의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
개미투자자가 눈물을 흘리는 사이 한미약품 공매도 투자자는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한미약품 주가가 급락하면서 지난달 30일 하루만에 16.3%, 금액으로는 86억원의 평가차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이틀만에 25.4%, 금액으로는 125억원의 평가차익을 올렸다. 한미약품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공매도 투자자도 이틀새 49억원의 평가차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공매도와 관련해 수상한 점이 눈에 띤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에 대한 공매도 수량은 평소(약 5000주)보다 20배 이상 많은 10만4327주에 달했다. 공매도 평균가격은 59만621원으로 파악됐다. 악재 공시는 오전 9시29분 이뤄졌고, 주가는 62만6000원에서 5분후인 9시34분에 57만1000원으로 떨어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 평균가격이 59만원이라는 얘기는 이미 공시가 되기전에 상당량의 공매도 거래가 체결됐다는 것을 방증한다”면서 “미공개정보가 이용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는 한미약품 임직원의 내부자거래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거래소 조사가 마무리되는대로 자료를 넘겨받아 본격적인 불공정거래 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부 투자
[최재원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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