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야권 단독으로 진행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해명에만 초점이 맞춰져 기관 본연의 업무에 대한 관심이 국감에서 사라지고 있다. 감사를 받던 기관 증인이 답변 도중 갑자기 화장실에 가는가 하면, 화장실에서 국회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국감이 파행하는 등 국감이 희화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실시한 한국사학진흥재단 등 12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는 한 편의 희극을 보는 듯 했다.
이날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1일 선임된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에게 “원장 선임은 이사회 절차를 거쳐야 되는데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인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 상근부회장이 이 원장을 추천하고 1시간 반만에 의결까지 다 됐다. 약력이나 검증 위한 회의 서류도 없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권 실세가 한중연 이사를 맡아 원장 선임을 좌지우지하고 정부부처 차관 등 다른 이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거수기 역할을 한 것은 정상은 아니라 생각한다”며 “청와대나 교육부로부터 지시나 협조 받은 적 없냐”고 질타했다. 이 원장은 “목숨을 거는데 그런 적이 없다”고 언성을 높이더니, 돌연 자리를 박차고 화장실로 향했다.
증인이 허가 없이 증인석을 떠나자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허.. 참”이라며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본격적 소동은 그 다음부터 일어났다. 신동근 더민주 의원은 화장실에서 돌아온 이 원장에게 “화장실에서 비서에게 ‘내가 안하고 말지,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고…’라고 하는 말을 내가 직접 들었다”며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화장실에 사람이 많이 몰려서 ‘왜 이러는거야?’ 이런 얘기는 했다”고 부인했다.
유성엽 위원장은 “그런 발언이 사실이면 이자리에 앉을 수 없는 망언이자 폭언”이라며 “당장 보따리싸서 가셔야 하고 형사적 처벌도 감수해야 한다. 감사를 중지하고 확인해보자”며 정회를 선포했다.
이 원장은 이후 “제가 나이는 조금 먹었어도 부덕하다. 수도를 못했다. 쉽게 흥분하고 쉽게 화를 낸다”며 “잘못된 태도에 대해 회의가 많이 지연된 점, 여러 의원에게 죄송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의 발언에 대해서는 부인을 계속했고 신동근 의원은 “국회 모욕죄를 적용하고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국회에서 위증을 한 셈”이라고 재차 질타했다.
이어 야권은 이 원장을 퇴장시키고 해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송기석 간사는 “답변 내용이나 의원들에 대한 태도를 보면 정상적 국감 진행이 어려워보인다. 퇴장을 명하고 교육부에는 해임요구하는 절차를 거쳤으면 좋겠다”고 유 위원장에게 건의했다.
이 원장은 이에 앞서 오영훈 더민주 의원에게 줄곧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써 눈총을 샀다. 몇차례 지적이 있었지만 이 원장은 이후에도 ‘선생님’이라고 발언했다. 결국 오전 질의는 이 원장에 대한 질타만으로 끝났다.
닷새 동안의 야권 단독 국감 중 문화·스포츠 부문 소관 상임위인 교문위에서는 국감이 새벽 1시를 넘기는 진풍경도 일어났다. 지난달 27일 문화체육관광부 국감에서는 미르재단에 대해 야당이 맹공을 퍼부으면서 새벽녘에야 끝이 났다. 여당이 국감에 참여하지 않아 정부를 옹호해줄 의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의혹을 계속 제기하면서 국감이 길어진 탓이다. 증인으로 출석한 문체부의 한 과장은 국감이 끝난 뒤 탈진해 병원을 찾기도 했다.
의욕이 앞선 나머지 헛발질도 있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인 어기구 더민주 의원은 지난달 29일 중소기업청·특허청 국정감사에서 “최동규 특허청장의 아들(28)이 LIG 넥스원에 아무 절차 없이 특채됐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 의원의 주장은 5시간도 채 되지 않아 번복됐다. 최 청장의 아들과 LIG 넥스원 사원이 동명이인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정무위에서는 진행도 하지 못하고 영상 장치를 시험만 해보고 국감이 끝나기도 했다. 야권
[우제윤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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