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공모랑 똑같이" 깐깐해진 세종시

↑ 세종시에 들어설 `캐슬앤파밀리에 디아트`(왼쪽)와 `한신 휴플러스·제일풍경채` 주거동 투시도. [사진 제공 = 신동아건설(왼쪽)·한신공영]

건물 중앙에 조성된 공중정원, 동과 동 사이를 잇는 스카이브리지….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의 아파트 설계공모 제도 덕택에 탄생한 '디자인 특화 아파트'에 적용된 설계들이다. 획일적인 성냥갑 아파트를 넘어 이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축물을 만들고 있다는 평을 받는 이 제도가 한 단계 더 진화하게 됐다. 앞으로 세종시에서 설계공모를 통해 들어서는 아파트는 당초 설계공모안과 완벽하게 똑같이 짓도록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20일 행복청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행복청은 세종시 설계공모에 당선돼 분양하는 아파트의 경우 기존에 제출한 설계공모안과 실제 설계도면이 일치하지 않으면 사업승인을 거부하기로 내부 지침을 정하고 이를 건설사에 통보했다. 이색 커뮤니티 시설 등 특화설계뿐만 아니라 가구별 조경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계획대로 추진하는지 일일이 따져 보겠다는 것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애초에 설계공모를 통해 우수한 디자인으로 아파트를 짓겠다는 취지를 무시하고 다른 안을 적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공모 단계에서 확정된 내용이 설계에 제대로 반영되는지를 사업승인 단계에서 꼼꼼히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행복청의 이번 조치는 서울시가 벤치마킹을 검토할 정도로 유명해진 세종시 설계공모 아파트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는 처음에 홍보했던 조감도와 나중에 실제로 준공된 아파트의 괴리가 커 입주민들이 항의하거나 심하면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적잖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이색적인 설계를 대거 도입한 세종시 아파트는 이런 다툼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위험을 사전에 방지해 건축물 디자인 특화 도시로서 세종시 위상을 유지하겠다는 게 행복청의 복안이다. 기존 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되거나 설계 변경이 필요하면 제한적으로 수정을 허가해주기로 했다.
오는 10월 세종시 4-1생활권에서 분양하는 '캐슬앤파밀리에 디아트'가 최근 강화된 행복청 규제의 첫 대상이 될 전망이다. 롯데건설과 신동아건설이 함께 짓는 이 아파트는 복층형, 발코니 특화, 펜트하우스 등 평면만 무려 54개에 달하고 아파트 동을 연결하는 스카이브리지, 가구별 돌출 발코니에 나무 등 조경을 기본으로 조성하는 등 파격적인 특화설계로 지난해 설계공모에 당선됐다. 이 단지는 지난 13일 기존 공모안과 일치한 설계도면으로 행복청에서 사업승인을 받았다.
행복청은 2013년부터 설계공모를 통해 디자인이 뛰어나고 담장 허물기나 단지별 통합커뮤니티 운영 같은 특화 요소를 도입한 주택을 잇달아 공급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