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삼성과 한화의 경기는 럭비공과 같았다. 경기의 흐름은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몰랐다. 변수가 많았다. 의외의 연속이었다. 13일 대구에서 열린 15번째 맞대결도 그랬다. 이전 14경기와 달랐다. 1점 뽑기가 참 어려웠다. 그러다 9회 이후 뜨거워졌다. 그리고 연장 12회까지 혈투. 둘 다 승리가 절실했던, 그래서 각별했던 경기였다. 그 가운데 승패를 떠나 반전의 두 주인공이 있었다.
↑ 삼성의 요한 플란데(왼쪽)는 13일 대구 한화전에서 기대 이상의 역투를 펼쳤다. 5⅔이닝을 7탈삼진 1실점으로 막았다. 사진(대구)=김영구 기자 |
플란데는 널뛰기가 심했다. KBO리그 진출 후 초반 4경기에 2승 1패 평균자책점 3.47로 훌륭한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이후 4경기에 3패 평균자책점 14.88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4경기 연속 7실점 이상이었다. 긴 이닝 소화도 어려웠다. 3경기 연속 5회 이전 강판.
그러나 13일 대구 한화전에 난타의 플란데는 없었다. 지난 7월 23일 KBO리그 데뷔 무대(수원 kt전 6⅓이닝 2피안타 1피홈런 3볼넷 9탈삼진 2실점)를 떠올리게 만들 정도였다. 6회초 2사까지 24명의 타자를 상대해 탈삼진 7개를 잡으면서 1실점으로 막았다.
빠르면서 예리한 플란데의 공에 3경기 연속 두 자릿수 안타를 쳤던 한화 타자들도 속수무책. 4회초까지 피안타는 단 1개였다. 5회초 1사 1,2루서 유리한 볼카운트(1B 2S)에도 2번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실점한 게 유일한 흠이었다. 역전 위기에 몰렸지만 공 6개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으며 불을 껐다.
삼성이 최근 3연승을 달릴 수 있었던 건 앞문(윤성환 6이닝 3실점-백정현 3⅓이닝 1실점-차우찬 7이닝 무실점)이 튼튼했기 때문. 플란데는 자신을 둘러싼 우려를 말끔히 지웠다. 피안타율 0.335의 투수는 피안타 3개만 맞았다.
반전이었다. 삼성이 가을야구 꿈을 키우기 위해선 플란데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비록 불펜이 리드를 못 지키면서 승리투수 요건은 날아갔지만, 플란데의 다음 등판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 한화의 이양기는 13일 대구 삼성전 9회초 2사 만루서 싹쓸이 2루타를 날렸다. 사진(대구)=김영구 기자 |
한화는 이용규의 빈자리를 크게 느꼈다. 이날은 이용규가 지난 11일 대전 SK전에서 종아리 근육 손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가운데 치른 1번째 경기였다. 공교롭게 2번 타순에 결정적인 찬스가 연이어 찾아왔다. 플란데를 궁지로 몰아넣기는 했지만 결정적 한방을 때리지 못했다.
선발 출전 기회는 장민석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0-1로 뒤진 3회초 2사 1,2루의 첫 찬스. 풀카운트까지 끌고 간 장민석은 플란데의 134km 슬라이더를 배트에 맞혔지만, 타구는 투수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한화는 5회초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1사 1,2루서 허도환과 정근우가 연속 볼넷을 얻으며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계속된 찬스서 장민석을 대타 김회성과 교체했다. 지난 11일 경기에서 4회 역전 만루 홈런을 때렸던 김회성이다. 한화의 승부수였다. 하지만 김회성은 플란데의 132km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
한화의 2번 타자는 7회초에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2사 2루서 타석에 등장한 장운호는 김대우를 물고 늘어졌지만 그 역시 헛스윙 삼진.
한화를 위기에서 구한 건 뜻밖에도 이양기였다. 그는 권용관의 웨이버 공시와 맞물려 이날 정식 선수로 등록돼 1군에 호출됐다. 그리고 9회초 2사 만루 찬스서 장운호를 대신해 타석에 섰다.
그의 시즌 1번째 경기이자 697일 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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