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사드 배치론 첫 언급한 박 대통령

2일 러시아 방문길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은 러시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는 나날이 고조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안보와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내린 자위적 방어 조치”라며 “문제의 본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므로, 북한 핵위협이 제거되면 자연스럽게 사드 배치 필요성도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출국에 앞서 러시아 국영통신사인 ‘로시야 시보드냐’(Rossiya Segodnya)와 서면 인터뷰를 하고 극동 러시아 개발 등 양국간 교류협력 확대와 북핵·사드 등 예민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입장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반대해 온 러시아를 향해 사드 배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사드 배치 이전이든 이후든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언제든지 사드 철회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같은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러·한중 양국 정상회담때 ‘사드 갈등’을 풀기 위한 중요한 설득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러시아의 반대 입장을 감안한 듯 “사드가 (러시아·중국 등) 제3국을 목표로 할 이유도 없고 실익도 없으며, 그렇게 할 어떠한 의도나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한국과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이 지난 9개월 동안 실시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연구가 곧 마무리될 예정인데 한-EAEU FTA는 유라시아 지역 경제통합과 무역자유화를 촉진해 경제의 동반성장과 소비자 후생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EAEU FTA 체결에 강한 희망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 방러를 계기로 러시아가 주도하는 EAEU와 한국간 FTA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