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8월 30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임석정 CVC캐피탈파트너스 회장이 취임 당시의 기대와 달리 1년이 되도록 투자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어 투자은행(IB)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시장에 나오는 인수합병(M&A) 거래의 거의 대부분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작 성사시킨 딜이 없는 까닭에 임 회장의 투자자로서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도 나온다.
CVC캐피탈파트너스(이하 CVC)는 최근 동양매직 숏리스트(입찰적격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SK네트웍스, CJ, 현대백화점 등 유력한 전략적 투자자(SI)들도 숏리스트에 선정돼 이번 인수전은 SI간 경쟁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매각자인 글랜우드-NH PE도 동양매직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재무적투자자(FI)들보다는 SI들을 인수후보로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도 CVC를 비롯한 FI들은 가격에서 SI들을 압도하지 않는 한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CVC가 연초부터 공을 들여왔던 로젠택배 인수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 CVC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2파전 양상에서 칼라일과 KKR의 가세로 판이 뒤집히는 상황이다. IB업계에서는 매각자인 베어링PEA가 기존 인수후보들인 CVC와 어피니티의 조건에 만족하지 못해 새로운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분석한다. CVC와 어피니티도 칼라일과 KKR의 참여 사실을 뒤늦게 알고 상당히 황당해했다는 후문이다.
GE가 매각하는 현대카드 2대주주 지분 인수전에서도 4개 FI들 가운데 CVC만 탈락했다. 그 동안 CVC를 비롯해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어피니티 총 4개 인수후보들이 숏리스트에 선정돼 실사를 진행해왔는데, CVC만 조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숏리스트에서 제외됐다.
IB업계에서는 CVC가 시장에 나오는 거의 모든 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 회장이 취임 1년이 되도록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최근 내부적으로도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CVC가 투자 실적이 없어 안달을 내고 있다"며 "최근에는 안보는 딜이 없어서 일단 딜이 나오면 CVC는 당연히 들어갈 것으로 생각하는 곳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1995년부터 20년간 JP모간 한국대표를 역임하며 한국 1세대 뱅커로 이름을 알린 임 회장은 작년 9월 CVC 한국 총괄 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투자가로 변신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 6위 PEF인 CVC는 임 회장에게 전 세계 네 자리뿐인 투자위원회 위원과 글로벌 파트너 직위를 부여하며 파격적인 대우를 제공했다. 유독 한국 시장에서 고전해 온 CVC로서는 임 회장 영입이 일종의 승부수였던 셈이다.
하지만 임 회장은 아직 눈에 띄는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 CVC가 칼라일에 몸담고 있던 정명훈 전무를 한국 투자부문 총괄 대표로 추가 영입한 것도 임 회장의 기대 이하 실적 때문이라는 게 업계 주된 시각이다.
더불어 시장 여건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 회장 체제 CVC의 투자 전략이 아직 제대로 영글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M&A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어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다는 평이다. CVC는 글로벌PEF로서의 체급과 펀드 규모 등을 감안해 중소규모딜보다는 대형딜 위주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와 구조조정 등으로 딜 자체가 줄어 FI들이 투자할 만한 물건이 많지 않다.
한 PEF 관계자는 "뱅커로 활약해 온 임 회장이지만 뱅커로서의 실력과 투자가로서의 능력은 엄연히 다른 차원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제는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인만큼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