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귀뚜라미 울음소리 부쩍 잦아져…이유가?
↑ 폭염 귀뚜라미/사진=연합뉴스 |
23일은 24절기 중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처서(處暑)입니다.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의 순연을 느끼게 하는 때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여전히 기세등등한 폭염에 처서라는 말이 어색합니다.
그렇다고 처서의 기운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건 아닙니다. 바로 '가을의 전령' 귀뚜라미 소리 때문입니다.
요 며칠 초저녁이나 새벽녘이면 또렷한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소리는 가을보다 오히려 활기찹니다.
폭염 속에도 가을이 이미 오고 있음을 알리는 걸까요.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울음이 커진 이유는 계절과는 무관한 귀뚜라미의 습성에 있습니다.
변온동물인 귀뚜라미는 주변 온도에 민감합니다. 귀뚜라미는 땅속에서 알로 월동한 뒤 8∼10월께 성충으로 부화해 정원이나 초원 등지에서 생활합니다.
땅속 온도가 높으면 생육이 빨라져 부화 시기가 앞당겨지기도 합니다. 요즘 부쩍 귀뚜라미 소기가 많이 들려오는 것도 폭염이 지속한 탓입니다.
귀뚜라미 수컷은 암컷을 유인하거나 경쟁자를 물리칠 때 큰 소리로 웁니다. 양쪽 날개끼리 비벼 소리를 냅니다. 특히 날개를 펼쳐 치켜세워 소리가 멀리 퍼져나가도록 합니다.
이때 귀뚜라미의 근육이 수축하게 되는데 이런 신체활동은 온도가 높을수록 반응이 빨라집니다. 즉 기온이 높으면 울음소리의 간격이 빨라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간격이 점점 길어지는 것입니다.
무더위 속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은 바로 울음소리의 간격이 그만큼 짧기 때문입니다.
다만 엄밀히 따지면 덥다고 귀뚜라미 소리가 크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귀뚜라미는 24도를 전후했을 때 짝짓기를 가장 왕성하게 합니다. 결국 초가을 귀뚜라미 소리가 가장 크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요즘의 귀뚜라미 소리는 크다기보다는 활기 차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합니다.
귀뚜라미의 이런 습성을 이용하면 대략적인 주변의 온도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아모스 돌베어란 학자는 1897년 '아메리칸 내처럴리스트'란 학술지에 '온도계 구실을 하는 귀뚜라미'란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귀뚜라미가 14초 동안 우는 횟수에 40을 더하면 화씨온도가 나온다는 것인데 이를 '돌베어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14초 동안 귀뚜라미가 35회 울었다면 화씨온도는 75도가 되고, 이를 섭씨온도로 환산하면 24도 정도가 됩니다.
이런 연유로 옛날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귀뚜라미 소리를 바탕으로 주변 온도를 알아냈고, '귀뚜라미는 가난한 사람의 온도계'라는 미국 속담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돌베어 법칙'에도 한가지 맹점이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귀뚜라미냐에 따라서 기준이 되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귀뚜라미가 약 3천종에 이른다고 하니, 더 정확한 온도를 재려면 귀뚜라미 종부터 확실히 알아야 하는 셈입니다.
조수원 충북대 식물의학과(곤충학전공) 교수는 "보통 이
그러면서 "귀뚜라미 말고는 여치나 베짱이처럼 변온동물에 속한 곤충들은 비슷한 습성을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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