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뛰어넘었다. 현재 아세안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인 베트남 못지 않은 성장세다.
필리핀 통계청은 18일(현지시간) 2분기 필리핀 GDP가 전년대비 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분기 성장률이었던 6.8%보다 높고, 블룸버그가 경제학자 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예상된 수치인 6.6% 보다도 높은 것이다.
2분기 성적표는 직전 정부인 아키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성적표이긴 하지만 시장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경제 실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 필리핀 2분기 깜짝 실적 배경에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압승을 한 대선 효과가 반영돼 있다.
카를로스 도밍게스 필리핀 재무장관은 “3월 있었던 대선이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을 줬다”면서 “내수 부양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또 서비스와 제조업 분야가 성장한 것도 보탬이 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6.7%를 기록했던 서비스 분야는 이번 분기 8.4% 성장했다. 제조업 분야도 같은 기간 6.9%를 기록하며 지난해 수치(6.1%)를 뛰어 넘었다.
현지 신문인 래플러는 대선 효과외에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전 정권의 거시 경제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한 것도 2분기 성적에 긍정적으로 작용을 했다”고 분석했다. 아키노 정권은 경제 성장을 위해 각종 투자 우선 정책을 펴면서 아세안 지역에서 필리핀 경제의 위상을 다시 확립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두테르테 정부는 투자 활성화 드라이브를 위해 해외투자 유치 강화 및 사업 규제 완화, 세금 감면 단행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필리핀 2분기 공공 투자는 27.8%나 증가했고, 정부 지출도 13.5%가 늘었다.
티모시 콘돈 ING은행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2015년 이후 정부 주도하에 필리핀 투자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고, 민간 투자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언론인 마닐라 불리틴은 “2분기 경제 성장은 새 정부의 긍정적인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며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두테르테 정부가 맞닥뜨린 걸림돌도 있다. 바로 필리핀 내 극심한 빈부격차 문제다.
이번 2분기 성적표에서 1000만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생계로 삼고 있는 농업과 어업분야의 성장세가 둔화됐는데, 이를 두고 두테르테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 분야를 활성화시키지 않고는 빈부격차문제도 손댈 수가 없기 때문
에르네스토 페르니아 경제기획장관은 “투자를 활성하는 정책과 빈부 격차 문제 해소를 위한 정책 두 가지를 균형감 있게 가져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수인 기자 /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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