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경 교수 |
2013년 미국 미시건대에서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던 김재경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오로지 ‘생계’를 위해 화이자를 찾았다. 화이자가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2상 실험을 하고 있지만 약의 효능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화이자는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약을 개발중이었다. 인체의 세포는 낮과 밤에 맞춰 변하는데 만약 낮과 밤이 바뀌어 생체리듬이 깨져 버리면 치매나 당뇨, 암 발생률 등 여러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김 교수는 2일 매일경제신문과 통화하면서 “화이자가 개발하고 있는 약을 먹으면 우리 몸에서 생체시계와 연관된 분자에 영향을 준다”며 “하지만 이 약을 먹는 시간이나 계절에 따라 약의 효과가 상당히 변하기 때문에 화이자 측에서 신약 개발 과정 중 큰 곤란을 겪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재경 KAIST 수리과학과 교수가 개발한 수학 모델링이 글로벌 제약회사인 ‘화이자’의 신약개발에 활용된다. 화이자는 김 교수가 개발한 수학 모델링을 신약 후보 물질의 효과 예측과 개인별 맞춤형 투약 조건 등에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시작은 미미했다. 김 교수는 “화이자에 찾아가 수학모델을 활용해 약의 효과에 대해 연구해 보고 싶다고 했을 때 화이자에서도 큰 기대는 없었다”며 “한달에 200만원을 받고 4달 동안 동물 데이터를 갖고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 교수가 했던 연구는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약의 효과를 미분방정식을 활용해 동물 모델에서 예측한 것으로 국제 학술지인 ‘계량 약리학과 시스템 약리학’에 게재됐다. 김 교수는 “가족이 미국에서 함께 생활하기 위한 생활비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연구였다”며 웃었다.
하지만 화이자는 지난해 10월 한국으로 돌아온 김 교수를 찾았다. 화이자의 연구 본사인 미국 그로톤과 보스턴 지부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면서 얻게 되는 데이터를 이용해 신약의 효과를 수학적으로 검토해 달라는 의견과 함께였다. 연구협력 논의는 지난 6월 산합협력 체결로 이어졌다. 김 교수는 매년 6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화이자의 임상이 진행되며 발생하는 데이터를 토대로 다양한 환경 내에서 발생하는 신약 효과를 수학 모델링을 통해 검증하게 된다.
결과가 좋지 않다면 1년 뒤에 연구협력이 취소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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