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을 포기한 가족이 사망한 사람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했더라도 채무를 상속받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임종효 판사는 A은행이 “사망한 남편 계좌에서 돈을 인출했으니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며 채무자의 아내 김 모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채무자의 아내 김씨는 상속받은 빚을 자신의 재산으로 갚아주려다가 나중에 충분한 돈이 입금되자 변제 의사를 철회한 것”이라며 “이 같은 행동 때문에 채무를 상속할 의무를 지운다면 애초에 빚을 갚으려는 선량한 뜻을 품지도 않았던 경우 아무런 제한 없이 상속을 포기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할 때 형평에 어긋나고 정의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남편 계좌와 연동된 신용카드 대금을 내기 위해 2011년 12월 자신의 돈 500만원을 입금했다가, 이후 사회보장급여 700여만원이 입금되자 다시 인출했다.
A은행은 김씨가 상속 포기 전 사별한 남편의 계좌에서 500만원을 인출한 것을 ‘단순승인’으로 보고, 상속의무를 넘겨받았으니 대출금 채무 1억원을 달라며 지난해 8월 소송을 냈다. ‘단순승
김씨의 남편은 2008년 7월 하나은행에서 4억 8000만원을 대출받았으나 돈을 갚지 못한 채 2011년 12월 1일 사망했다. 김씨와 자녀들은 이듬해 1∼2월 모두 상속을 포기했다. A은행에 갚지 못한 금액은 총 5억 5000만여원이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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