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실시되는 여야 당권 도전자 가운데 일반 국민들로부터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자는 새누리당에선 이정현 의원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송영길 의원과 추미애 의원이 초박빙의 승부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경제·한길리서치가 공동으로 지난 23~26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새누리당에선 이정현 의원이 12.5%로 가장 높은 지지도를 보였다. 7.1%를 얻은 이주영 의원이 2위를 차지했고, 한선교 의원이 6.7%로 뒤를 이었다. 정병국 의원(4.2%), 주호영 의원(4.1%), 김용태 의원(3.6%) 등 비박계 의원들은 4%대 안팎의 지지도를 보였다. 이번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백가쟁명식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린 이정현 의원은 성별로는 남성층, 연령별로는 50대·60대이상, 광역별로는 충청권·TK(대구경북)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으로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상황에서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이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고 홍문종 의원역시 아직 당권에 도전하지 않아 친박계 지지자들의 표가 대거 쏠린 것으로 보인다. 이주영 의원은 광역별로 PK(부산경남)와 강원권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도를 얻었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이주영 의원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다는 점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비박계 의원들보다 범친박계 의원들이 약간 앞서는 양상이다.
물론 내달 9일 개최되는 당 대표 경선은 당원투표 대 여론조사 비율이 7:3이라 일반 여론조사와는 사뭇 다른 결과가 펼쳐질 수 있다. 4·13 총선 참패에 따른 원외당협위원들의 민심 이반과 향후 후보단일화를 통한 교통정리로 인해 당원투표 결과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그러나 전당대회의 경우 대중적 인지도가 세몰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실제로 2년 전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에서 우위에 섰던 서청원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세몰이를 한 김무성 의원에게 패한 바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여야 대표의 특성상 대중적 인지도 역시 중요하게 작용하므로, 후보자들의 주요 경력을 함께 안내해 여론 조사를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최종호 에프엠미디어 대표는 “이미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선언한 후보 중 친박계 색깔이 가장 강한 이정현 의원이 50대 이상과 TK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건 아직 ‘친박계’가 통한다는 이야기”라며 “이주영의원과 김용태 의원은 20대와 서울지역의 지지율이 본인의 평균 지지도보다 높은데, ‘포용과 젊음’이라는 포지션 타겟팅을 잘 했다는 결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다음 달 27일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여론조사에서는 추미애 송영길 의원, 김상곤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 전신) 혁신위원장 중 ‘4선’인 송 의원이 박빙의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송 의원은 15.5% 응답률을 기록하며 더민주 당대표 출마 후보 중 1위에 올랐다. 추 의원은 15.0%로 2위를 차지했고 김 전 위원장이 12.4%로 뒤를 이었다. 다만 ‘없음·잘 모른다·무응답’ 비율이 57.1%인 만큼, 남은 기간 야권 지지자 표심이 어느 후보에게 쏠리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야권의 심장’인 호남에서는 송 의원이 19.1%를 기록하며 각각 15.8%, 10.6%를 기록한 추 의원, 김 전 위원장을 따돌렸다. 추 의원과 송 의원 모두 ‘호남 민심 복원’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호남 민심이 호남 출신인 송 의원(전남 고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송 의원과 마찬가지로 호남 출신인 김 전 위원장(광주) 역시 출마 선언이 가장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호남에서 두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보여줬다. 서울에서는 송 의원과 추 의원이 각각 17.3%, 16.4%로 박빙의 승부를 펼친 가운데 김 전 위원장 역시 11.2%를 기록했다. 더민주 ‘친문 세력’의 핵심 지역인 부산·경남(PK)에서는 추 의원이 강세를 보였다. 추 의원은 PK에서 12.9%를 기록하며 송 의원(11.5%), 김 전 위원장(8.3%)을 따돌렸다.
다만 더민주 원내대표 선출, 국회의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 나타난 ‘친노·친문 세력’의 표심이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만큼 결과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친문’으로 분류되는 정청래 전 의원, 비주류 지지를 기대하는 이종걸 의원 출마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는 점이 변수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26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출마 가능성은 80%”라며 “27일부터 후보 등록이 시작되니 출마를 한다면 우선 비대위원에서 사퇴한 뒤 기자회견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 모두 ‘흥행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전망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더민주 전당대회가 8월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질문에 응답자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임의걸기(RDD)에 의한 유선(50%)·무선(50%) 전화면접조사 방식을 통해 진행됐다. 신뢰도는 95%에 오차범위는 ±3.1%P다.
[김명환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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