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폭운전 단속에 나선 고속도로 순찰대 암행순찰차 내부 모습 <사진 = 유준호 기자> |
지난 17일 고속버스 운전사의 졸음운전으로 발생한 6중 추돌사고로 4명이 사망했던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던 영동고속도로에서 지난 23일 경찰이 ‘암행순찰차’를 동원해 집중 단속을 실시했다. 암행순찰차는 차량 전면과 측면의 경찰 표식을 제외하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다 불법행위를 발견하면 내부에 숨겨진 사이렌과 경광 등을 작동하면서 단속을 개시한다.
기자가 동행취재한 단속 첫날 7대의 암행순찰차에 적발된 지정차로위반, 난폭운행, 갓길운행, 속도위반 등 차량은 무려 64건에 달했다. TV·인터넷 등을 통해 방송된 영동고속도로의 끔찍한 사고 영상도 하루 ‘뉴스’거리 였을 뿐 운전자들의 안이한 운전행태는 여전했다.
단속 시작 한시간도 안돼 용인휴게소 인근에서 갓길을 타고 빠르게 주행하는 흰색 벨로스터 차량이 나타났다. ‘얌체’ 갓길 주행은 진·출입시 교통체증과 사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엄격히 법으로 금지돼 있다. 고속도로 순찰대 박만선 경위(40)는 차량 옆으로 다가가 즉시 경고방송을 시작하고 숨겨진 경광등을 작동시켰다. 이내 차량을 앞질러 인근의 용인 휴게소로 따라 들어올 것을 지시했다. 갓길에서 단속을 진행하면 단속자와 피단속자 모두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소매 차림의 탑승자 2명은 차에서 내리자 마자 변명을 늘어놨다. 운전자 A(26)씨는 “주유등이 들어와 급하게 주유소를 찾느라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위가 “정말 위급했다면 차량을 세우고 경찰이나 보험사에 연락을 취하셨어야 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자 이들은 오히려 경찰에게 역정을 쏟아냈다. 동승자 B씨는 “위급할때 경찰이 오긴 오느냐?”며 연신 불평했다.
이날 고속도로에는 버스의 난폭운행도 이어졌다. 암행차량이 덕평 IC에서 방향을 바꿔 인천 방면으로 다시 운행을 시작한지 3분만에 영동고속도로 인천방향 50km 지점에서 1·2차로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대형 버스를 발견했다. 버스 같은 대형 차량은 1차로에서 추월한 뒤 즉시 측방차선으로 빠져 나와야 한다.
정 경사는 순간적으로 차량 속도를 162km까지 올려 해당 버스를 쫓아 역시 휴게소에 차량을 세웠다. 운전자가 10여분 동안 정경사와 옥신각신하는 통에 애꿎은 탑승객들만 더운 날씨에 피해를 봤다. 운전자는 벌점 10점과 5만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정 경사는 “버스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가 확 트여서 모든 걸 보고 있다고, 안전하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많은 인원을 태우고 있는 만큼 운전자들이 더 주의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암행순찰차를 운전하는 경찰관들은 하루 3교대로 약 350~400km를 주행하는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이처럼 경찰이 총력을 쏟아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대형 차량 사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고양시 화정동 교차로에서 시내버스와 시외버스가 신호위반 후 충돌으로 튕겨나가면서 인도를 넘어 상가음식점으로 돌진했다. 이른 아침시간이기에 망정이지 보행자들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22일에는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수학여행단을 태운 관광버스가 회전교차로 경계석을 넘어 맞은편 도로변에 정차돼 있던 차량을 잇따라 들이받으며 학생 1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의 안전부주의가 원인이었다.
사고가 잇따르면서도 단속보다는 근본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대형차량 운전자의 ‘졸음운전’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 9시간이상 운전을 금하고, 주말에는 아우토반 트럭 진
[용인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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