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던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돌연 대법원에 재상고를 포기했습니다.
병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어쩔 수 없이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고 대신 형의 집행정지를 요청했다는데요.
자세한 내용을 산업부 최인제 기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 질문 】
먼저 이재현 회장이 걸렸다는 희귀병, 샤르코 -마리-투스 라는 병은 뭔가요?
【 기자 】
네, 샤르코-마리-투스, 상당히 낯선 이름인데요.
CJ 이재현 회장이 걸렸다는 이 병은 인구 10만 명당 36명 정도 걸리는 희귀병인데요.
먼저 CJ 측이 공개한 사진을 한 번 보겠습니다.
보시면 손과 발이 상당히 심하게 굽어 있고 근육이 빠져나가며 움푹 패여 있습니다.
또 발등은 솟아오르고, 발가락이 굽어져 있는데요, 종아리 근육 역시 비정상적으로 말라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 질문 】
그럼 이런 병에 걸리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건가요?
【 기자 】
사진에서처럼 뼈가 굽어 있고 근육이 없으니까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이미 옷에 붙은 단추를 잠글 수도 없고요, 젓가락질도 할 수가 없습니다.
발가락도 굽고 종아리에 근육이 30% 가까이 빠지다 보니 혼자선 걸을 수가 없습니다.
과거 대기업 총수가 재판만 받으러 오면 휠체어를 타고 오니까, 법원만 오면 아픈 척한다는 비아냥이 많았었는데요.
적어도 이재현 회장은 정말 걸을 수가 없어서 휠체어를 타고 온 것이었습니다.
【 질문 】
이 샤르코마리투스 병을 치료할 방법은 없나요?
【 기자 】
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재벌 회장이라면 그 어떤 치료법을 써서라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지만, CJ그룹도 이재현 회장도 뾰족한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이 회장은 매일 2차례 전기자극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이미 변형된 손과 발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무릎 관절도 손상돼 통증을 호소하고 있어 제대로 치료를 하기도 어렵습니다.
샤르코마리투스라는 이 병은 결국 완치는 불가능하고 다만 병세를 완화하는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CJ 측은 이 회장에게 무중력치료나 수중치료 같은 특수 치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 질문 】
이재현 회장은 검찰 수사 이후 재판을 받으면서 병세는 더욱 악화되어 왔죠?
【 기자 】
네, 과거 영상을 보면 확연히 비교되는데요.
3년 전 2013년 6월 당시 검찰 소환 장면을 보시면 딱히 아픈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습니다.
▶ 인터뷰 : 이재현 / CJ그룹 회장 (2013년 6월)
-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비자금 조성을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으셨나요?) 검찰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구속과 재판, 실형 선고 등을 거치면서 차츰 심경 발표는커녕 아예 걷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바뀝니다.
지난해 파기환송심을 앞둔 당시 모습을 한 번 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이재현 / CJ그룹 회장 (지난해 11월)
- "(파기환송심 첫 재판인데 심경이 어떠신지?) …. (집행유예를 기대하시나요?) …."
3년 새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질문 】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인 게, 왜 이 시점에 CJ그룹은 이 회장의 병세를 공개한 걸까요?
【 기자 】
CJ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람부터 살리자고 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고심 끝에 병세를 공개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현재 이 회장은 지난해 말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252억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자 다시 대법원에 재상고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실형 기간을 줄여보자는 취지였는데요.
그런데 3년 넘게 이어진 재판, 이 회장의 아버지 이맹희 회장의 사망 등으로 우울증, 불안감이 심해지자 재상고를 포기한 것입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8·15 특사를 한다는 소식에 마지막 기대를 거는 것입니다.
【 질문 】
특사가 되려면 재판을 포기해야 하는 건가요?
【 기자 】
네, 사면을 받으려면 먼저 재판에서 형이 확정되어야 하는데요.
만약 이재현 회장이 끝까지 대법원에 재상고를 이어간다면 이 회장은 이번 8·15 특사 대상이 안 되겠죠.
하지만, 이 회장은 이미 파기환송심에서도 2년이 넘는 징역을 받았습니다.
설령 재상고를 한다 한들 무죄가 될 가능성은 없는 셈인데요.
그런데 지금 이 회장의 몸 상태로선 단 하루도 교도소 수감을 할 수 없다고 하니 차라리 형 확정을 받고 사면을 기대해보는 것이죠.
【 질문 】
그런데 일단 CJ 측은 이재현 회장의 형 집행 정지를 신청했다면서요?
【 기자 】
네, 재상고를 포기했으니 법적 절차를 따르자면 먼저 이 회장은 교도소를 가는 게 맞는데요.
이 회장은 단 하루도 수감생활을 견딜 수 없다며 교도소행을 막아달라고 신청한 것입니다.
형사소송법은 형의 집행으로 인해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땐 집행을 정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질문 】
그럼 이후 사면은 가능할까요?
【 기자 】
사실 지금 사면을 바라는 재계 총수는 이재현 회장만이 아닙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도 사면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요.
일단 정치권 분위기는 상당히 무르익긴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사회통합 차원에서의 사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었는데요.
문제는 여론입니다.
사실 그간 대기업 총수들은 사면을 받고 난 후 실망스런 행동을 보이기 일쑤였는데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사면을 받고 나선 갑자기 내연녀를 공개하고 이혼을 하겠다고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급할 땐 아픈 모습을 보이며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다 사면 이후엔 활발한 활동이 되려 안 좋은 모습으로 남게 됐는데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이 회장 역시 사면을 받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이 아닌가 하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