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앞에서 때린 첫 홈런, 그리고 유쾌한 `유령 하이파이브`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애너하임) 김재호 특파원] 자신의 우상이 지켜보는 앞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쏴올렸다. 최지만(25)에게 잊지 못할 하루일 것이다.
LA에인절스의 최지만은 19일(한국시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에 7번 1루수로 선발 출전, 5회 선두타자로 나와 솔로 홈런을 기록했다.
최지만은 상대 선발 A.J. 그리핀을 맞아 초구 88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강타, 에인절스타디움 우측 담장을 넘겼다. 빠르게 날아가는 라인드라이브 타구였지만, 맞은 순간 넘어갔음을 알수 있을만큼 큰 타구였다.

↑ 최지만이 홈런을 때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美 애너하임)=ⓒAFPBBNews = News1

지난 전반기 마지막 일정이었던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루수 C.J. 크론의 부상으로 다시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최지만은 재합류 이후 치른 6경기 중 5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개막 로스터 합류 이후 치른 13경기에서 1안타에 그쳤던 그는 다시 기회를 잡은 뒤 첫 장타, 첫 득점, 첫 도루와 첫 타점에 이어 이번에는 홈런까지 기록했다.
지난 2010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마이너리거 생활을 시작한 최지만은 2013년 트리플A에 진출했고, 2014시즌을 앞두고는 40인 명단에 포함되며 빅리그 데뷔를 노렸다. 그러나 2014년 금지약물 복용 적발, 2015년 다리 골절로 시련을 겪으며 매리너스 구단을 떠났다.
그리고 2016년, 룰5드래프트로 에인절스 구단에 합류한 그는 몇 년을 미뤄왔던 빅리거의 꿈을 이뤘고,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성공적으로 정착해가는 중이다.
특히 이날 상대팀에는 마이너리거 시절 자신의 우상과 같았던 추신수가 있어서 의미를 더했다. 마이너리그의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자란, 성장의 공통 분모를 갖고 있는 두 사람은 경기 전 훈련 시간에 포옹과 함께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추신수는 허리 통증으로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더그아웃에서 최지만의 홈런을 지켜볼 수 있었다.

↑ 최지만이 경기 전 훈련 시간에 짬을 내 추신수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美 애너하임)= 김재호 특파원

최지만은 이날 홈런을 때린 뒤 또 한 번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에인절스 선수들은 그를 축하하기 위해 '침묵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도 경험한 것으로, 홈런을 치고 들어 온 선수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며 선수를 당황하게 만드는 세리머니다.
더그아웃에서 아무도 환영해주지 않음을 알아차린 최지만은 마치 동료들이 서있는 것처럼 혼자서 하이파이브 동작을 하며 자신만의 세리머니를 즐겼다. 이후 마이크 트라웃을 비롯한 동료들이 그를 찾아와 축하 인사를 건냈다. 그의 유쾌함이 묻어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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