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자산운용사 임원이자 펀드매니저인 A씨는 최근 시장조사를 겸해 한 증권사 PB센터를 방문해 큰 충격을 받았다. A씨는 PB에게 유망한 공모펀드 소개를 부탁했지만 “추천할 상품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공모펀드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면서 대다수 펀드들은 운용액이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2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681개 국내 주식형펀드(올해 설정된 펀드 제외) 가운데 올해 순유입 자금이 1억원에도 못미치는 펀드가 82%(565개)에 달했다. 해외주식형펀드도 70%가 1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오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보악사파워인덱스’의 경우 연초이후 2619억원이 빠져나갔다.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슈로더유로’ 등 유명 주식형펀드에서도 1000억원 이상 순유출이 발생했다.
공모형 주식형펀드를 외면하는 이유는 수익률 부진이 가장 크다. 같은기간 국내주식형펀드와 해외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은 각각 -1.08%와 -19.11%에 그쳤다. 2008년 이후 대표적 재테크투자처로 인식됐던 공모펀드로는 더이상 재산 증식이 어렵다는 인식이 굳어질수 밖에 없는 성적표다.
아울러 투자 진입장벽이 낮아진 헤지펀드 등 사모펀드가 공모펀드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도 위기의 원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모펀드 순자산은 현재 231조원으로 공모펀드(235조원)를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운용현황을 알기 어려운 공모펀드 대신 다양한 전략을 통해 차별화된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는 사모펀드를 찾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금투업계에서는 현재 추세라면 올해 내 사모펀드 규모가 공모펀드를 앞지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모펀드도 규모의 양극화가 불가피하다”며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는 소수의 공모펀드만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환으로 선택하는 사람이 늘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올해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는 펀드를 보면 우선 어느정도 검증된 경우가 많다. ‘맥쿼리뉴그로쓰’(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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