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으로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건은 명백한 ‘자생적 극단주의’(Home-grown Extremism) 테러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뒤 언론에 이 같이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범인이 인터넷에서 극단주의 사상을 접한 것으로 보인다”며 “용의자인 오마르 마틴이 외국 조직으로부터 지시를 받았거나 이번 사건이 더 큰 계획의 일부라는 분명한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국은 이번 사건이 급진 이슬람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 등과 연계된 국제 테러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인 오마르 마틴(29)으로 범행 직전 911에 전화를 걸어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충성 서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IS와 연계된 매체로 알려진 아마크 통신도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올랜도의 동성애자(게이) 나이트클럽 공격은 IS 전사가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경찰은 용의자인 아프간계 미국인 오마르 마틴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된 ‘외로운 늑대’일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 자생적 테러리스트, 외로운 늑대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이 자생적 테러 행위라는 데 힘이 실리면서 ‘외로운 늑대’에 대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로운 늑대란 전문 테러 단체 조직원이 아닌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말한다. IS의 치밀한 계획 하에 벌어진 파리·브뤼셀 테러와는 다르게 배후세력 없이 특정 조직이나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극단주의 단체의 이데올로기나 신념 등에 자발적으로 동조해 테러를 자행하는 형태다.
외로운 늑대형 테러는 감행 시점이나 방식에 대한 정보 수집이 어려워 사전 감지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테러 조직과 연계한 테러보다 큰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2012년 3월 프랑스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이다. 당시 용의자 모하메드 메라는 툴루즈에 위치한 유대인 학교에서 총을 난사해 교사와 학생 등 4명을 살해했고 급습한 경찰특공대와 총격전을 벌이다가 창문으로 총을 쏘며 투신해 사망했다.
최근엔 이 같은 자생적 테러 행위가 점차 늘고 있다. 지난 2013년 4월 러시아 체첸공화국에서 온 이민 가정 출신 무슬림 타메트란 차르나예프와 조하르 차르나예프 형제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압력밥솥을 이용한 사제 폭발물을 터뜨려 3명의 사망자와 260여명의 부상자를 냈다.
2014년 12월 호주 시드니 도심 카페에서 17시간 가량 인질극을 벌이다 사살된 난민 출신 이란인 ‘만 하론 모니스’ 역시 IS를 추종하는 외로운 늑대로 판정됐고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의 복지시설에서 발생한 무장괴한들의 총기 난사 사건도 극단주의에 빠진 무슬림 부부의 자생적 테러행위였다.
◆ 급증하는 ‘외로운 늑대’…이유는?
전문가들은 외로운 늑대가 늘어나는 이유로 사회적 소외감, 정체성의 혼란 등을 꼽는다. 메릴랜드대학 연구진은 ‘2015년 글로벌 테러리즘 인덱스’(2015 GTI) 보고서에서 “이민자나 난민 등 사회적으로 소외받은 이들에 의한 외로운 늑대형 테러가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이 외로운 늑대를 양산한다는 분석도 있다. 인터넷을 통해 테러 조직의
전문가들은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전세계적으로 ‘외로운 늑대’ 테러에 대한 예방, 대응활동이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예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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