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속에 아세안 국가들이 줄서기 압박을 받으면서 아세안이 양분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노골적으로 우호세력 만들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군수물자 금수조치를 해제해주는 당근을 제시,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우군으로 베트남을 끌어들였다. 지난 65년 베트남전때 미군이 첫 진격한 다낭지역에 미국 군수물자를 사전배치하는 논의까지 진전될 정도로 미국과 베트남이 급격하게 유착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미국과 베트남이 전례없이 가까운 사이로 발전한 가운데 또 다른 아세안 회원국인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도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反中) 전선에 합류한 상태다. 필리핀은 미군 주둔을 다시 허용할 만큼 밀착관계다. 미국은 24년만에 필리핀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비크 해군기지 등 총 8곳에 미군을 주둔시킬 방침이다. 싱가포르도 한때 껄끄러웠던 미국과 남중국해 공동 대응을 계기로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남중국해 정찰을 위한 대잠초계기 P-8 포세이돈을 싱가포르에 배치해놓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개입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미군이 남중국해상에서 국제법상의 자유로운 통행을 주장하며 ‘항해의 자유’ 작전을 펴고 있는데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은 언제든지 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미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미국은 인니 해역 상공에서 공동 항공 순찰 훈련을 벌인바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항해 중국은 라오스, 캄보디아, 브루나이를 우군으로 끌어들인 상태다. 지난 4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캄보디아, 브루나이, 라오스 등 3개국을 찾아 이들로부터 남중국해 분쟁은 중국과 아세안 전체와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한 이해가 걸려있는 일부 당사국간 이슈라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자 싱가포르 등 관련 당사자들은 발칵 뒤집혀 졌다. 남중국해 아세안 관련국들은 개별 국가로는 중국 군사력에 맞설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아세안 회원국의 공동 대응을 원칙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캄보디아, 브루나이, 라오스 3국이 이같은 원칙을 깬 셈이다.
이처럼 남중국해 해법을 놓고 아세안이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태국은 2차세계대전 당시 열강이 동남아를 침탈할때 중립 외교로 자국 주권을 지켰던 때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시 태국은 대나무 외교로 불렸던 중립전략으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한 바 있다. 현재 태국은 중국과 합동으로 내달 10일까지 ‘블루 스트라이크-2016’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과도 오래전부터 합동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이병도 한
국외국어대 교수는 “태국에게 중국은 경제적으로 중요하고, 미국은 전통적 우방이어서 쉽게 그 관계를 훼손하지 못한다”며 “태국이 한쪽 편을 들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얀마도 태국과 비슷하다. 남중국해와 무관한 지리적 위치 때문에 미중 갈등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다.
[문수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