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상상한다면 느낄 수 있어요.” “상상은 현실이 될 수 있어요.” “믿을 수 있다면 어디로든 갈 수 있어요.” “상상의 씨앗에 싹이 트고, 틀에 갇히지 않고 상상의 나무가 자라나, 그 나무에는 열매가 맺혀요. 환상이라는.”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15살 데뷔해 사람들 머릿속에 박힌 ‘마술’이라는 개념에 새로운 싹을 틔우고, 스토리텔링을 입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까지 상상하게 만들었다. 이은결에게는 마술이라는 언어로, 관객들 마음속에 상상력을 자극하고, 환상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힘이 있기에 가능했다.
↑ 사진= 포스터 |
특히 이은결 무대의 묘미는 소통에 있다. 마술을 트릭이라는 틀에 담아두지 않고 공개해 함께 하고, 관객들에게 그것을 느낄 만한 여지를 남겨둔다. 남녀노소를 아울러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데는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이은결의 의지가 공연에 박혀있기 때문이다. 이은결은 관객들에게 “당신이 주인공”이라면서, “소통 좀 하자”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는 어린이를 무대에 올리고, 몇 천 명 관객에게 “과연 매직이 뭘까요”라고 질문을 던진다. 또, 그 답에 화답할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이를 더 큰 웃음으로 승화하고, 잊지 못할 기억으로 재탄생시킨다.
뿐만 아니라, 이은결은 ‘마술사’의 단어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누군가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 상상력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특별한 기운’을 전한다. 한계에 부딪힌 자신이, 일루셔니스트로서 다시 꽃피우게 된 스토리나, 아무런 트릭 없이 손가락으로 만들어낸 무대는 짠한 감동을 자아내기도 한다.
켜켜이 쌓여 더 이상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어릴 적 한 번 쯤 상상한 장면들을 눈앞으로 이끌어내고, ‘상상할’ 여지를 줘 눈앞에 보이는 것에도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이은결의 무대는 단순히 마술을 보여주지 않는다. 마술을 언어로 표현한 것일 뿐, 관객들에게 상상하고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이를 향유하고, 공유해 삶을 조금 더 아름답게 바라보게 만든다. 특별한 것이 없는 평범한 일상도, 상상할 수 있다면 마술보다 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당신의 삶이 주인공이라고 말이다. 이은결은 단순히 보이는 마술이 아닌, 상상하고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자극하는 환상을 관객들에게 내보인 셈이다.
20주년답게 헬리콥터 이상의 볼거리도 더해졌다. 조르주 멜리에스를 소개하면서 시간을 넘어선 편집의 기술로, 관객들 앞에서 영화 한 편을 공개하기도 한다. 이처럼 ‘ILLUSIONIST 이은결’은 단순한 20년의 흐름을 전하는 게 아니다. 그 안에서 이은결이 느끼고 걸어온 발자취의 흔적을 통해 단단한 틀에 박혀있는 관객들의 일상에 여유와 동심이라는 거름을 뿌려, 성장이 멈춘 상상의 나무가 다시 숨을 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오는 15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